금감원 내달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자사 승환계약률’ 비교공시 도입
GA 설계사 이동에 부당승환 우려
설계사 경력·제재이력 공개는 과제
“더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시죠.”
새 회사로 옮긴 담당 설계사에게 이런 권유를 받는다면 앞으로는 해당 보험사의 ‘갈아타기’ 횟수를 먼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별 ‘자사 승환계약률’ 비교공시가 다음달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판매채널·상품별 승환계약률 비교공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보험업감독규정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10월 개정될 전망이다.
공시 대상은 다른 보험사로 넘어간 계약이 아니라 같은 보험사 안에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한 비율인 ‘자사 승환계약률’이다. 보험사가 기초자료를 제출하면 협회가 검증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반기마다 게시한다. 소비자는 보험 가입이나 해지에 앞서 회사와 판매채널별로 상품 갈아타기가 얼마나 빈번한지 비교할 수 있다.
승환계약으로 인한 손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기존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환급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새로 가입할 때는 나이가 늘어난 만큼 보험료가 오르거나 그사이 생긴 병력 때문에 보장이 제한될 수 있다. 면책·감액 기간이 다시 적용돼 보장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설계사는 새 계약을 성사시킬 때마다 모집수수료를 받는다.
당국이 규정 개정에 나선 것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의 설계사 이동이 부당승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착지원금을 받고 회사를 옮긴 설계사가 기존 고객의 보험을 해지시키고 새 회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부당승환 경로다. 금감원은 5월 과도한 정착지원금 경쟁으로 부당승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공시 강화를 핵심 재발 방지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1200%룰’ 시행을 앞두고 설계사 영입 경쟁이 과열됐다. GA 소속 설계사의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가 7월 시행되자 정착지원금까지 한도에 포함되기 전에 인력을 확보하려는 ‘막차 경쟁’이 벌어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보험설계사 등록 인원은 73만676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2만7580명(3.9%) 늘었다. 증가분은 GA 소속 1만5441명과 보험사 전속 조직 1만3550명에 집중됐다. 반면 은행 등 방카슈랑스 등록 인원은 1446명 줄었다. 전체 설계사 가운데 GA 소속 비중은 45.0%로 2022년 말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한 GA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정착지원금까지 수수료 한도에 포함돼 영입 경쟁이 진정됐다”며 “상반기에 인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특히 규제 시행 직전인 6월 경쟁이 극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첫해 수수료만 제한하는 규정을 피해 13개월차 이후 수수료율을 높이는 우회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편법으로 보고 하반기 검사 대상에 포함했다.
문제는 설계사 대이동이 남긴 소비자 보호 공백이다. 자사 승환계약률 비교공시와 제재 회피 목적의 계약 이관 금지 등 GA 제재체계 개편은 10월 감독규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설계사의 모집 경력과 제재 이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은 규제 심사 과정에서 제외돼 법 개정 과제로 남았다. 보험사의 갈아타기 비율은 볼 수 있지만 정작 담당 설계사가 몇 차례 소속을 옮겼는지, 제재받은 전력이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서 의원은 “설계사가 반년 만에 3만명 가까이 늘고 GA는 갈수록 대형화하는데, 정작 소비자가 설계사의 경력과 제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아직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인력 이동이 빨라질수록 부당승환 위험도 커지는 만큼,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와 GA 제재체계 개편 입법을 서둘러 소비자 보호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원 기자
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