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기보 탈락 中企, 어디서 자금 조달하나”
권형택 이사장 “AI 전환, 중기 성장으로 이어져야”
운용배수 10배 근접…재원 확충 없이는 여력 한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기술보증기금 심사에서 탈락한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기업들은 어디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던진 질문이 기술금융의 과제로 떠올랐다.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보증기금(기보) 심사에서 탈락한 기업은 사실상 은행 대출도 어려워져 사업화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이 대통령이 직접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에 대기업 수백조원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고, 그 온기가 후방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전력 분야 중소·벤처기업까지 닿을 수 있느냐가 화두로 부상했다. 권형택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의 AI 전환이 중소기업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후방의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국가적 투자 계획에 올라탈 수 있느냐다. 데이터센터 냉각 설비만 해도 냉동기·냉각탑을 넘어 열교환기, 펌프, 밸브, 배관, 누수감지, 수질관리 등에 수많은 전문기업이 필요하지만, 기술을 갖추고도 실증 기회와 납품 실적이 없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또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 밸류체인에서도 수요가 급증하며 후방 중소기업의 설비·운전자금 소요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짚은 ‘탈락 기업의 자금절벽’이 바로 이 지점과 맞닿는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소재·부품·장비와 전력, 장비 제조 등 협력기업 경쟁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담보력이 부족해 기술보증기금 보증을 활용해 연구개발과 사업화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기보도 최근 반도체 금융지원 확대에 나섰다. 기보는 5일 하나은행과 ‘반도체 스케일업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특별출연을 기반으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 출연금을 활용해 보증 공급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기보의 보증 여력이 이미 한계치라는 점이다. 기보는 정부와 금융기관 등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보증을 공급한다. 출연금 1원으로 약 10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는 구조여서 운용배수가 높을수록 추가 보증 여력이 줄어든다. 현재 기보의 총 보증잔액은 약 30조원 규모이며 운용배수도 적정 수준인 10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보 관계자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의 효과가 관련 중소·벤처기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기보는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담보나 재무실적이 부족한 혁신기업에 보증을 공급하면서 국가전략산업의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업계에선 기보의 추가 보증 공급을 위해선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도 업무보고 과정에서 정책금융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에 기보 출연금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 출연이 늘어나면 보증 공급 여력이 확대돼 반도체와 AI 분야 소부장 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도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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