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내수 부진에…기업대출 중심 손실 확대
요주의 여신 석 달 새 9.7% 증가…10조원 넘어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은행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출 규모가 7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잠재 부실로 분류되는 여신도 10조원을 넘어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추정손실’ 여신은 총 1조210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2분기 말 1조2499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2분기 말 9567억원보다 26.6%, 올해 1분기 말 1조250억원보다 18.1% 각각 늘었다.
추정손실은 은행 여신 건전성 분류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됐거나 부도·파산·폐업 등으로 담보 회수액을 제외한 채권을 사실상 돌려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출이 해당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추정손실이 지난해 2분기 949억원에서 올해 2분기 1716억원으로 80.9%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55.1% 늘어난 1828억원, 신한은행은 48.0% 증가한 3421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2489억원으로 4.7% 늘었고 NH농협은행은 2655억원으로 3.5% 감소했다.
부실 규모는 기업대출에서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추정손실은 98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해 1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대출 추정손실도 28.1% 늘어난 2298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 회복이 일부 업종에 편중된 가운데 소상공인과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금리 부담까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물경제가 일부 업종에 쏠리면서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차주가 많이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 부담까지 더해져 최근 손실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는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나 통상적인 관리 수준과 비교해 부실이 이례적으로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부실 발생과 손실 인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부실채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요주의 여신도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요주의 여신은 총 10조21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직전 분기보다 9.7% 늘었다.
요주의 여신은 차주의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이 악화돼 손실 가능성이 커진 대출이다. 연체가 장기화하거나 차주의 상환 여력이 더 나빠질 경우 고정이하여신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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