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더 길고 30㎜ 더 넓어져
트렁크·실내까지 상위 차급 수준
현대차 첫 ‘P단 긴급제동’ 적용
두꺼워진 차체, 강해진 백빔
하이브리드 연비 10%·추월가속 16.7%↑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준중형 모델의 ‘가성비’ 공식을 깨고 프리미엄을 선택했다. 6년 만에 완전변경된 신형 아반떼는 공간은 더 넓히고, 안전과 승차감, 디지털 경험은 상위 차급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대자동차가 내세운 개발 키워드는 ‘차급 이상의 가치’다.
현대차는 29일 서울 서초구 아크 강남에서 ‘디 올 뉴 아반떼 테크 데이’를 열고 신형 아반떼의 핵심 기술과 개발 배경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개발 콘셉트와 디자인, 안전성, 주행 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을 담당 연구원들이 직접 발표하며 차량에 담긴 기술을 설명했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를 통해 공간과 안전, 승차감, 디지털 경험까지 모두 끌어올리며 준중형 세단 시장의 기준을 다시 쓰겠다는 포부다. 단순히 차를 키운 것이 아니라 상위 차급에서 누리던 경험을 보다 많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양유찬 현대차 MSV프로젝트1실장은 “아반떼는 오랜 시간 대중차의 기준을 끌어올려 온 현대차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세단”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디자인과 실용성, 효율성을 더욱 강화하고 성능 개선과 첨단 디지털 기술을 더해 차급 이상의 프리미엄 가치와 기술 경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탑티어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골프백·유모차도 쉽게”…쏘나타급 공간으로 진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체와 공간이다.
신형 아반떼는 전장을 기존보다 55㎜ 늘린 4765㎜, 전폭은 30㎜ 넓힌 1855㎜, 휠베이스도 30㎜ 늘어난 2750㎜로 키웠다. 특히 전폭은 쏘나타와 불과 5㎜ 차이에 불과하다. 실제로 차량을 마주하면 준중형차보다 한 체급 위 세단에 가까운 존재감을 풍긴다.
실제 뒷좌석에 앉아보니 무릎 공간과 어깨 공간이 이전보다 확실히 여유로워졌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답답함이 크게 줄었고, 준중형 세단 특유의 좁은 느낌도 많이 희석됐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트렁크다. 단순히 적재 용량만 늘린 것이 아니라 입구 자체를 넓혔다. 현대차는 트렁크 개구부를 기존보다 45㎜ 넓힌 475㎜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니 골프백은 물론 유모차처럼 부피가 큰 짐도 비스듬히 돌리지 않고 비교적 쉽게 넣고 뺄 수 있을 정도였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편의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다.
황세영 현대차 MSV프로젝트1팀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트렁크 용량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적재고를 낮추고 개구부를 넓혀 실제 짐을 싣고 내리는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실내 역시 이전 세대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어진 디스플레이와 한층 고급스러워진 시트다. 강성을 높이면서 두께는 줄인 시트를 적용해 공간을 확보했고, 센터콘솔에는 듀얼 무선충전과 히든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마감도 한결 부드러워져 준중형차보다 상위 차급 세단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여기에 현대차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도 적용됐다.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비서 ‘글레오 AI’까지 탑재했다.
현대차 첫 ‘P단 긴급제동’…안전 기술도 대폭 강화
현대차가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안전이다.
차체 주요 부위의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기존 52.6%에서 58.7%까지 높였고 평균 인장강도는 718MPa로 끌어올렸다. 쉽게 말해 충돌 시 탑승객 공간이 최대한 무너지지 않도록 차체 뼈대를 한층 단단하게 만든 것이다. 범퍼 백빔과 B필러, 사이드실 등도 새롭게 보강해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도록 설계했다.
홍성찬 현대차 안전성능시험1팀 책임연구원은 “충돌 시 승객 공간의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차체 구조를 개선했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충돌 안전성을 목표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끈 기능은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전자식 변속레버(SBW) P단 긴급제동’이다.
비상 상황에서 운전자가 변속레버의 P 버튼을 계속 누르면 차량이 스스로 가속을 제한하고 네 바퀴에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감속한다. 시속 1㎞ 이하에서는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까지 자동으로 체결한다. 기존에는 P 버튼이 주차를 위한 기능이었다면, 이제는 운전자가 당황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비상 브레이크’ 역할까지 맡게 된 셈이다.
급발진 등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대차는 선을 그었다. 홍 책임연구원은 “급발진을 염두에 둔 기능이라기보다 운전자가 예기치 않게 가속페달을 밟았거나 긴급한 제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NSCC2), 기억 후진보조(MRA), 후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10에어백 등 첨단 안전사양도 대거 기본 적용됐다.
“방지턱 넘는 느낌도 달라졌다”…주행 감성까지 업그레이드
승차감과 정숙성 개선도 이번 아반떼의 숨은 변화다.
현대차는 주파수 감응형 밸브(SFD3)와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HRS2), 하이드로 부싱 등을 새롭게 적용했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차체가 충격을 한 번에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부드럽게 흡수하도록 하체를 다시 세팅한 것이다.
여기에 차체 강성을 높이고 흡차음재와 이중접합 차음유리, 흡음 타이어 등을 적용해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줄였다.
송현진 현대차 MSV총합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도심은 물론 험로에서도 고급 세단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며 “승차감과 핸들링, 정숙성을 균형 있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더 빠르고 더 멀리”…하이브리드도 성능·연비 동시 개선
하이브리드 모델은 성능과 효율을 모두 끌어올렸다.
3세대 스마트스트림 1.6 하이브리드 엔진과 개선된 6단 DCT, 출력이 커진 전기모터, 용량을 늘린 배터리를 새롭게 조합했다. 엔진 내부 마찰을 줄이고 연료를 더욱 미세하게 분사하는 기술 등을 적용해 엔진 효율도 높였다.
그 결과 시스템 합산 출력은 기존보다 16마력 높은 157마력으로 향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성능은 약 6%, 시속 80~120㎞ 추월 가속은 약 17% 개선됐다. 연비 역시 차체가 커졌음에도 기존보다 약 10% 향상됐다.
심재강 현대차 전동화프로젝트1팀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성능과 연비는 상충하지만 파워트레인과 차량 전체 효율을 함께 개선해 두 가지를 동시에 높였다”며 “고객들이 일상에서 더 경쾌하면서도 경제적인 주행을 체감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