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과 주말 정보 24시간 실시간 반영
다음 거래일 시초가·투심 선행지표 활용
해외 플랫폼, 韓 주식 활용 토큰화 확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자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종일 거래되는 토큰화 주식도 일제히 15% 넘게 떨어졌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뒤에도 거래가 이어지면서 기초주식의 하락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결과다.
▶하이닉스 ‘가격발견’ 기능 주목=29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25분께 엑스스톡스(xstocks)와 온도(Ondo), 비스톡스(bStocks)가 각각 발행한 SK하이닉스 연동 토큰화 주식 3종(SKHYx·SKHYon·SKHYB)은 24시간 전보다 15.55~15.87% 하락했다.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4.65% 떨어진 15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지면서 코스피가 급락했고, 오전 장중 전체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도 7.47% 하락한 143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시장에서 시작된 기술주 약세가 국내 현물시장과 온체인 토큰화 시장으로 잇따라 번진 셈이다.
세 사업자가 발행한 상품은 실제 주식이나 ADR을 수탁기관에 보관하고 이에 대응하는 토큰을 블록체인에서 발행하는 담보형 토큰화 주식이다. 투자자는 일반 증권계좌가 아닌 24시간 운영되는 디지털자산 플랫폼에서 토큰화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다만 토큰 보유자는 기초주식의 주주로 직접 등록되지 않아 의결권 등 주주 권리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토큰화 주식의 ‘가격발견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토큰화 주식이 야간과 주말에 발생한 정보를 먼저 반영하는 가격발견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뒤에도 미국 반도체주와 메모리 업황, 환율, 기업 관련 뉴스가 토큰 가격에 반영돼 다음 거래일 시초가와 장 초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토큰화 시장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자산 유동성을 비롯해 가격발견 기능 일부가 해외 토큰화 시장에 매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 경우 국내외 시장 간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 노리는 해외 플랫폼…국내 정형증권은 검토 단계=금융당국은 이달 중 토큰증권(ST) 관련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조각투자와 투자계약증권뿐 아니라 주식·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정형증권의 토큰화까지 한꺼번에 허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5월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제2차 회의를 열고 정형증권의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 제도와 인프라의 충돌을 줄이기 위해 테스트와 시스템 개선을 거쳐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주식 토큰화를 위한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국내 상장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을 중심으로 한 전자등록 체계에서 발행·유통된다.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고 거래하려면 권리 관계와 발행·유통 방식, 예탁결제원 장부와의 연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사이 글로벌 사업자들은 한국 주식을 활용한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엑스스톡스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상장주식을 신규 토큰화 대상으로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전문가는 “국내 주식 기반 토큰화 상품을 해외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상황이 1~2년간 이어지면 국내 증권시장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을 제도권 안에서 다룰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내에서 정형증권 토큰화가 허용되더라도 해외 상품과는 구조가 다를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품은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기준을 적용받는 제도권 상품인 데 반해 일부 해외 상품은 이용 목적과 투자자층이 다르다”며 “당국이 정형증권 토큰화를 허용하면 해외로 향한 수요 일부를 끌어올 수 있지만 역외 플랫폼에서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상품을 이용하는 투자자까지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