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죄’ 끊어지지 않는 악순환 고리
사기 피의자 21만명 중 전과자 9.7만명 달해
동종 재범률도 38% “사기는 남는 장사 인식”
범죄수익 비해 낮은 형량…직업적 범죄도 다수
‘사기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대한민국에서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높은 재범률이 있다. 사기 혐의를 받은 피의자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전과가 있었고, 전과자 10명 중 4명은 사기 범행을 다시 저지른 동종(同種) 재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낮은 처벌 수위를 사기 재범 빈발의 원인으로 꼽는다. 피해 금액이 상당하더라도 피해 회복이 일부 이뤄진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출소 후 다시 범행을 저지를 유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이미 소비한 경우 환수가 어려워 ‘범죄로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크다’는 인식이 재범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28일 ‘사기 범죄의 재범률이 높은 이유’에 대한 헤럴드경제 질의에 “사실상 생계를 위해 직업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고, 범죄에 의해 취득하는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이 경미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답변했다.
대검은 아울러 “재산범죄 특성상 현장에서 검거되는 비율이 낮고 편취 범의 입증의 난해성으로 인해 신병의 구속 여부가 재판 단계에 이르러서 뒤늦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구속돼 있지 않은 이상 재판을 받으면서도 계속 재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범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선행 피해자에게 변제하거나 합의금으로 지급하고 선처를 받는 식의 ‘돌려막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형정원)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사기 혐의를 받은 피의자는 21만1051명이었다. 이 가운데 전과가 있는 피의자는 9만7001명으로 전체의 45.96%를 차지했다. 전과가 없는 피의자는 4만8310명이었고, 전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피의자는 6만5740명이었다. 사기 혐의 피의자 2명 중 1명은 이미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을 가진 셈이다.
전과가 있는 사기 범죄 피의자를 재범 횟수별로 분류하면 9범 이상이 3만6030명(37.14%)으로 통계상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사기 범죄 피의자 수의 17.07%에 달하는 인원이다. 이후로는 1범 1만5153명, 2범 1만875명, 3범 9140명, 4범 7018명, 5범 6264명, 6범 4938명, 7범 4094명, 8범 3489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기 범죄 피의자 중 전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 30.75%였던 전과자 비율은 10년이 지난 2021년 43.24%를 기록했다. 이후로는 2022년 41.90%, 2023년 42.91%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2024년 45.96%로 크게 올랐다.
특히 사기 범죄는 동종 재범률이 높았다. 동종 재범이란 같은 종류의 범죄로 다시 범행을 한 경우를 뜻한다. 전과가 있는 사기 범죄 피의자(9만7001명) 중 동종 재범자는 3만6863명으로 총 인원의 38%에 달했다. 나머지 6만138명은 사기가 아닌 범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이종 재범자였다. 재범 시기별로 살펴보면 1년 이내 재범이 3437명, 2년 이내 3474명, 3년 이내 3538명, 3년 초과가 1만264명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유독 사기 범죄에서 동종 재범의 수가 많은 배경에는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현직 검사는 헤럴드경제에 “사기 범죄는 피해 변제가 우선시돼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구속 수사를 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라며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이미 수익을 숨겨둔 상태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출소 이후에는 그 수익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사기 범죄수익 회수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형정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발생한 사기사건 25만3956건 중 범죄수익이 전부 회수된 건은 1만2735건으로 약 5%에 불과했다. 회수된 수익이 전무한 사건은 23만5648건으로 약 93%에 육박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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