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硏 손은호·전자기술硏 한철종 인터뷰

2023년 ‘드림팀’ 구성…2030년까지 개발 목표

애플·구글·델 등 공급망에 탄소중립 요구

SF6·CF4 대비 GWP 1000분의 1 절감 목표

식각 성능 유지 ‘관건’…산소·수소 배합 실험

추격하는 중국 대비 IP 관리 중요…공급망 다변화도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K-디스플레이 전시회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에서 손은호(왼쪽) 한국화학연구원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장과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K-디스플레이 전시회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에서 손은호(왼쪽) 한국화학연구원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장과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최근 프랑스·스페인 폭염으로 인해 유럽의 환경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친환경 대체가스 기술개발에 성공하는 순간 중국과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술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장)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글로벌 핵심 고객사의 탄소중립 요구와 유럽발 무역장벽 가능성에 대비해 저탄소 공정가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같은 수요기업은 물론 한국화학연구원·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 산·학·연 37개 기관이 ‘드림팀’을 꾸렸다.

이들 목표는 식각(Etching)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기존 가스 대비 지구온난화지수(GWP)를 1000분의 1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현재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한 단계로 2030년까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핵심 고객사 ‘탄소중립’ 요구…미국·유럽, 환경규제 대비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K-디스플레이 전시회’에서 디스플레이 탄소중립핵심기술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손은호 한국화학연구원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장과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번 전시회에서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을 운영하며 탄소감축 노력을 알리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2023년 시작됐다. 2030년까지 약 954억원을 지원해 저GWP 공정가스를 개발한다. 중소기업이 많은 소부장 업계 특성을 고려해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손은호 센터장은 “지금까지 통합된 연구 플랫폼이 없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수요기업부터 소재·공정 등 연구기관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우리나라처럼 크게 과제를 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탄소 공정가스 개발 움직임은 글로벌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구체화됐다. 애플·구글·델 같은 완제품 기업에서 공급망인 디스플레이 제조사에도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유럽 중심의 친환경 무역장벽에 대응하는 측면도 크다. 보호무역기조가 심화되는 와중에 친환경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센터장은 “자체 전자기기 제조 역량이 떨어지는 유럽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탄소중립 스마트폰만 수입할 수 있다는 식의 규제를 만들 수 있다”며 “중국도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센터장도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ESG 정책이 후순위가 됐지만 만약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멈춰 있는 환경 규제를 급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물질 발굴…다음 단계서 상용화 준비

장기적인 목표는 GWP가 수천에서 2만을 넘는 고탄소 온실가스를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식각공정에서 사용되는 육불화황(SF6), 사불화탄소(CF4)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하면서 GWP를 획기적으로 낮추려 한다.

한 센터장은 “기존 불화계 공정가스에서 불소 비율을 낮추고 수소·산소를 더하는 식의 연구를 하고 있다”며 “불화계 공정가스는 가벼운 성질이 있어 대기 중에서 오존층을 파괴했기에 이를 무겁게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에 저온난화 공정가스 후보물질을 적용한 기판이 전시돼 있다. 이정완 기자.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에 저온난화 공정가스 후보물질을 적용한 기판이 전시돼 있다. 이정완 기자.

아직까지는 후보물질을 발굴한 초기 단계다. 신약 개발처럼 후보 가스를 찾아 생산 라인에 적용하기 전 연구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실험을 해본 뒤 최종 수요기업에서 검증을 하는 식으로 개발이 진행된다.

손 센터장은 “현재 후보군을 찾은 1단계 수준으로 2단계에 진입하면 파일럿 스케일 검증 및 실제 생산 라인 투입 전 랩 테스트를 마친 뒤 상용화를 준비하려 한다”며 “핵심은 150GWP 이하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센터장은 “수요기업의 니즈에 맞춰 독성은 있지만 성능이 뛰어난 물질부터 안전성이 보장된 물질까지 나눠 개발하고 있다”며 “수요기업에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럼에도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보안 유지 핵심…주요 소재 공급망 관리도

연구진은 개발 과정에서 보안 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저탄소 공정가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IP(지식재산권)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센터장은 “나중에 최종 물질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20~30개 후보물질에 대한 IP를 모두 등록해 경쟁자가 모르게 해야 할 것”이라며 “화학 소재는 특히 분자 구조만 알면 무제한으로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소재 보안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가스 개발을 위한 공급망 관리도 주요 과제다. 손 센터장은 “공정가스 주요 소재가 되는 불소화합물 원료는 중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종 개발을 해서 산업 현장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장기 관점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도 요구했다. 손 센터장은 “정부에서 지금도 매우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외부 이슈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서 고탄소 공정가스를 배출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환경적·도덕적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성과 홍보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단독]이재용·정의선, 젠슨 황 주도 글로벌 AI 리더모임 자문위원 위촉…11월 첫 개최

[단독]이재용·정의선, 젠슨 황 주도 글로벌 AI 리더모임 자문위원 위촉…11월 첫 개최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글로벌 인공지능(AI) 자문위원회에 나란히 합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17088

jeong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