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도 속도전 주문…정부도 2차 지원사업 착수

경동나비엔·오텍캐리어 재도전…삼성·LG전자도 시장 선점 경쟁

설치비·전기요금·한파 성능은 대중화 넘어야 할 과제

경동나비엔 히트펌프 제품 사진[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 히트펌프 제품 사진[경동나비엔]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히트펌프(공기열보일러) 보급 확대를 강조하고 정부가 2차 지원 대상 제품 모집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가스보일러 중심의 기존 난방시장이 히트펌프로 점차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보일러 업계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시장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李 대통령 힘 싣자 2차 공모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차 사업에 이어 대상 제품을 추가로 선정하며 히트펌프 관련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4일 ‘2026년 난방 전기화 사업 제2차 대상 제품 선정 계획’을 공고했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제조사는 오는 27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히트펌프 보급과 관련해 “에너지 사용을 합리화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인 만큼 속도를 내야 할 일”이라며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대통령이 히트펌프를 직접 거론하고 속도전을 주문하면서 관련 정책에도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히트펌프는 ‘펌프’라는 단어 그대로 열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외부 공기에 존재하는 열을 흡수해 실내 난방이나 온수에 활용하는 설비다.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들어내는 전기히터와 달리 냉매와 압축기를 이용해 외부의 열을 실내로 옮긴다. 투입한 전력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 건물 난방 분야의 탄소 감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올해를 ‘난방 전기화 원년’으로 정하고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3월 공기열이 재생에너지 범주에 공식 포함되면서 정책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기후부는 올해 히트펌프 설치 지원에 144억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설치비의 최대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사업은 보급 초기인 점을 고려해 제주 등 비교적 기온이 따뜻한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거나 설치 예정인 단독주택 등에 히트펌프를 보급해 전력 사용 부담을 낮추고, 실제 주거환경에서 제품의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제주시 한 주택에 경동나비엔 공기열보일러(히트펌프)가 실제로 설치된 모습.[부애리 기자]
제주시 한 주택에 경동나비엔 공기열보일러(히트펌프)가 실제로 설치된 모습.[부애리 기자]

재도전 나서는 경동나비엔·오텍캐리어

정책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보일러업체는 경동나비엔이다. 경동나비엔은 히트펌프를 단순 냉난방기기가 아닌 기존 보일러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차세대 난방 설루션으로 보고 국내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5월 1차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2차 선정에 사활을 걸고 준비 중이다. 1차 선정 당시, 시스템은 국산화했지만 중국에서 생산되는 실외기 협력업체 등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점수가 미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5월 제주에 ‘난방 전기화센터’를 열고 제품 공급뿐 아니라 설계와 시공,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히트펌프는 제품 성능만큼 주택 구조와 배관, 단열 상태를 고려한 설계·설치가 중요한 만큼 전국 단위 서비스망을 보유한 경동나비엔의 경쟁력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김용범 경동나비엔 영업·마케팅 부사장은 “반세기 동안 가져왔던 시스템 통합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라며 “보일러는 TV나 냉장고처럼 딱 놓을 수 있는 가전제품이 아니고, 물과 배관을 연결해야 하는 설비”라고 강조했다.

경동나비엔은 2035년에는 연간 히트펌프 약 21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기존 보일러 유통망과 설치 기사·서비스 조직을 활용해 초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냉난방 공조 기업 오텍캐리어 역시 2차 선정을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오텍캐리어 관계자는 “1차 신청 때 아쉽게 선정되지 않았지만, 2차 때는 난방 전기화 사업 참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오텍캐리어는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이전인 2011년 인버터 하이브리드 보일러 개발에 착수해 2014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10년 넘게 축적한 기술을 내세워 가정용 히트펌프 보일러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LG전자의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 [LG전자 제공]
사진은 LG전자의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 [LG전자 제공]

삼성·LG전자도 뛰어들어…비용 등은 숙제

히트펌프 시장의 확대는 가전업계와 보일러 업계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과 시스템 공조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을 공략해 왔다. 정부의 난방 전기화 정책이 본격화되면 두 회사 역시 해외에서 판매하던 제품과 기술을 국내시장에 적극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은 지난 5월 기후부의 1차 난방 전기화 사업 대상 제품에 선정됐다.

가전업체는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구현하는 공조 기술과 인버터 압축기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면 경동나비엔 등 보일러업체는 온돌과 온수 중심의 국내 주거문화, 난방 배관과 시공·서비스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향후 시장에서는 누가 한국형 주거환경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구축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지원만으로 히트펌프 시장이 단기간에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히트펌프는 실외기와 실내기뿐 아니라 온수탱크와 배관공사 등이 필요해 기존 가스보일러보다 설치비가 높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의 70%를 지원하는 것도 초기 비용 부담 없이는 자발적인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전기요금 체계도 변수다. 히트펌프 자체의 효율이 높더라도 한겨울 난방 수요가 몰릴 때 주택용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가 기대한 만큼 경제성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외부 기온이 낮아질수록 난방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히트펌프는 대기 중 열을 끌어오는 구조여서 한파가 심해지면 압축기에 걸리는 부하가 커진다. 이에 정부는 초기 사업을 제주와 남부지역 중심으로 진행하고 성능 검증 결과를 토대로 보급 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