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30일+30일에도 ‘추가 수사 필요’ 주장…국회, 법 개정 추진
18명 구속영장 청구…17명 중 11명 ‘기각’, 기각률 64.7%
권창영 특검 ‘헤비테일 전략’ 무색…자질·역량 부족 비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팀(특검팀·권창영 특별검사)이 오는 24일 활동기간 종료를 앞둔 가운데, 국회에서 수사 연장을 위한 법 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연이어 청구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등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연장 명분도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되레 성과를 의식해 과도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내란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전무곤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에 대한 영장심사를 각각 진행한 후 같은 날 밤 두 사람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심 전 총장은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이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지시를 받아 계엄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당시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전 검사장은 계엄 아래 재판 관할을 준비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부 부장판사는 심 전 총장에 대해 “변소 취지, 수집된 증거 등에 비춰 증거 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수사 및 재판 중 사건 진행상황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전 검사장에도 “변소취지, 수사경과, 수집된 증거 등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2월 출범 뒤 18명 구속영장 청구…17명 심사 중 6명만 발부
지난 2월 출범한 특검팀은 5월 내란선전 혐의로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시작해 윤석열 정부 관저 이전 과정에서 예산을 불법 전용했다는 혐의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등에 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에는 합동참모본부(합참) 계엄 가담 의혹으로 ▷김명수 전 합참의장 ▷정진팔 전 합참 차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의 영장을 청구했다. 관저 이전 감사 과정 증거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손모 전 감사단장 영장도 청구했다. 해양경찰청(해경) 계엄 가담 의혹으로 ▷김종욱 전 청장 ▷안성식 전 기획조정관도 청구했다.
지난달 관저 이전 특혜 의혹으로는 ▷21그램 대표 김모씨 영장도 청구했다. 지난 7일에는 계엄 이후 정당화 메시지를 우방국에 전달한 혐의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지난 10일에는 해병대원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계획을 누설한 혐의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또 지난 10일 계엄 가담 혐의로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을, 지난 13일에는 역시 계엄 가담 혐의로 ▷심 전 총장 ▷전 검사장에 대해, 지난 14일에는 관저 이전 과정 직권남용 혐의로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출범한 뒤 총 1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 관저 이전 사건 2명과 ▷정진팔 전 합참 차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 등 합참 관계자 3명,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안보실 관계자 1명 등 총 6명에 그친다.
영장심사가 진행되지 않은 유 전 사무총장을 제외한 17명 중 6명의 구속영장만 발부돼 기각률은 64.7%, 발부율은 35.3%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발부율은 일반 형사사건의 구속영장 발부율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지난해 9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전국 법원에 청구된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만7948건이다. 이중 2만1488건이 발부돼 발부율은 76.9%였다. 특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해 인용된 발부율이 연간 형사사건 발부율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영장 발부가 유죄 여부 기준인 것은 아니지만, 구속수사를 위해 신병 확보에 나서고도 법원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란 점에서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 기간 두 차례 연장에도 법 개정해 추가…‘헤비테일’ 무색
특검팀은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던 셈이다.
권 특검은 지난 5월 내부 담화문을 내고 “한정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나 공소제기는 기간 후반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라며 ‘헤비테일’ 전략을 강조했다. 하지만 잇따라 청구했던 구속영장 기각 사유가 대체로 ‘범죄 혐의에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어서 헤비테일 전략 자체에 의문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는 경우를 구속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는 건 구속의 기본 요건이자 첫 번째 요건인 ‘혐의 소명’부터 막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종합특검법)에 따르면 기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다. 90일 이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해 대통령과 국회 보고 후 한 차례(30일) 연장했고, 이후 대통령 승인으로 한 차례(30일) 더 연장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헤비테일이라는 수사 전략에 차질이 생겼음을 자인하게 됐다. 특검팀은 1개월짜리 연장 기간에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파견 공무원 수를 150명으로 늘려달라고도 했다. 개정안에는 법조 경력 5년 이상 특별수사관 중 공소유지 변호사를 지정하는 내용도 있다.
법 개정 과정에 ‘선수사 후입법’ 논란도 나온다. 특검팀은 관저 이전 과정을 감사한 감사원에 위법성이 있다며 수사를 벌여 감사단장과 유 전 사무총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감사단장 구속영장은 “혐의에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할 사유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특검법 개정안에는 ‘감사 방해 행위’가 수사 대상에 추가됐다. 이미 관저 이전 과정 위법성을 따지겠다며 감사원을 수사하고 있는데 입법으로 수사 대상을 추가하게 되는 셈이다. 유 전 사무총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오는 20일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3대 특검 수사 결과 뒤집는 판단…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특검팀이 기존 3대 특검 결과와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연이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서강대교 회군’으로 알려진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1경비단장(대령)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조 대령은 계엄 당시 휘하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라고 지시하는 등 불법 상태를 제거한 공로로, 국방부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앞서 조 대령이 이진우 수방사령관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뒤 최종적으로 거부했다고 보고 불입건 처분했다.
하지만 권영빈 특검보는 최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문장이 실제로 존재했었나? 입증됐나?”라고 적으며 조 대령을 의심하는 수사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조 대령을 상대로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벌인 상태다.
내란특검이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혐의를 따졌다가 각하 처분한 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권영진 의원은 특검팀에 서면으로 답변서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나경원·김기현 의원에게는 오는 20일 출석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계엄 직후 정치인 체포 명단을 폭로했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도 특검팀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일종의 내부 고발자로 평가받으며 내란특검 수사 때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직후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국정원)과 외교부를 통해 우방국에 계엄이 정당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혹에 홍 전 차장이 관여됐다고 본다.
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뿐 아니라, 국정원이 계엄에 가담한 과정에 개입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홍 전 차장 측은 직접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으며, 특검팀이 국정원 조직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특검팀은 활동 초반부터 중립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3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올라오는 ‘정준희의 논’에 출연해 진행 상황 등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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