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핵심 생산기지’ 춘천 거두공장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인력 개입 최소화

자동화 설비로 年1300만 바이알 캐파 확보

작년 매출 4000억 돌파…역대 최대 실적

공장 증설 계획…‘글로벌 1위’ 등극 목표

휴젤 춘천 거두공장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바이알에 담기고 있다. [휴젤 제공]
휴젤 춘천 거두공장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바이알에 담기고 있다. [휴젤 제공]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거두산업단지에 위치한 휴젤 거두공장. 이곳은 글로벌 시장에서 애브비, 갈더마, 멀츠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 5위에 안착한 휴젤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K-톡신’의 본거지다.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인접하고 교통 입지가 뛰어난 이곳에서, 휴젤은 원액 단계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에 걸쳐 글로벌 규제 기준에 맞춘 엄격한 생산 관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공장 내부 자재보관실에 들어서자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최첨단 빌딩 모니터링 시스템(BMS)이 눈에 띄었다. 저장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치된 무궤도 형태의 이동식 랙에는 60만개 단위로 수입된 유리 바이알(의약품 보관 용기)들이 촘촘히 적재돼 있었다.

거두공장 관계자는 “핵심 자재인 바이알은 수급 안정성을 위해 국제 정세를 고려해 1년 전 미리 발주해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원액 보관실은 국가핵심기술을 취급하는 만큼 엄격한 출입 통제와 감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마주한 튜브 안에는 눈물 한두 방울 분량의 투명한 원액이 담겨 있었다. 이 작은 튜브 하나가 약 2만5080바이알의 최종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원천이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완제공정 라인은 거대한 자동화 로봇의 독무대였다. 조제된 톡신 액약이 분당 수백 발의 속도로 바이알에 충전되면, 고무마개가 반쯤 닫힌 상태로 정렬된다. 이때 전기 자동차 형태의 자동 유도 차량(AGV)이 미끄러지듯 다가와 바이알들을 수거한 뒤, 공장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설비인 동결건조기로 무인 이송한다.

바이알이 흐르는 모든 동선은 격리 장치에 감싸여 최고 청정 등급인 ‘그레이드 A’ 무균 상태를 유지한다. 작업자들은 고글과 무균복을 착용한 채 간혹 바이알이 넘어지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만 특수 글러브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개입할 뿐이다.

설희수 휴젤 생산품질사업부 상무는 “보툴리눔 톡신은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공정 안정성이 요구된다”며 “사람의 개입이 없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 도입을 통해 완제품 생산 시간을 기존 대비 약 4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상업 생산을 본격화한 거두공장 B동은 최신 자동화 라인을 구축해 기존 A동 대비 약 1.6배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거두공장은 동결건조 제품 기준 연간 최대 1300만바이알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진화도 진행 중이다. 휴젤은 올해 연말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기존 동결건조 방식을 개선해 공정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감압건조’ 공정 변경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포장 라인으로 이동하자 기계가 일목요연하게 상자를 접고 설명서를 동봉해 바이알을 패키징하고 있었다. 최종 패키징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각각의 제품마다 부여되는 고유의 QR코드(바코드) 인쇄다. 국내외 유통 과정을 완벽히 추적할 수 있는 든든한 ‘트레이스(Trace) 시스템’으로, 의약품의 오남용을 원천 차단한다. 해외로 수출되는 완제품은 비행기 운송 중에도 2~8도의 냉장 온도가 유지되도록 구석구석 온도계가 탑재된 특수 컨테이너를 활용해 이동한다.

글로벌 70여개국에 진출한 휴젤의 경쟁력은 까다로운 해외 규제기관의 실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데서 나온다.

휴젤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선진 기관의 실사를 위해 모의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중동 진출 실사 당시에는 할랄 인증 식재료와 기도실을 마련하는 등 상대국의 문화적 특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귀띔했다. 제품 검증 과정에서 희생되는 실험동물을 위해 매년 위령제를 지내는 것도 거두공장만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휴젤은 생명 존중 정신에 발맞춰 동물대체시험법(CBPA) 개발도 추진 중이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 등을 도입해 친환경 경영까지 실천 중인 거두공장은 휴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휴젤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6.4%의 가파른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매출액 4251억원, 영업이익 200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톡신 기준 매출의 69%가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완연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설 상무는 “현재 FDA에 B동 제조소 추가를 위한 PAS(사전 승인 보충 신청)를 제출한 상태로, 내년부터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순차적 허가변경을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 추이와 시장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 공장 증설 시점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춘천=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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