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농촌은 한 해 중 가장 분주한 계절이다. 모내기를 마친 들녘에서는 본격적인 영농 작업이 이어지고, 농가들은 장마와 무더위에 대비해 농기계와 시설을 점검하며 풍년을 준비한다. 하지만 풍요를 일구는 농촌의 일상은 늘 예기치 못한 위험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경운기와 트랙터 전복, 농기계 끼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축사 내 질식과 추락사고 역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297명의 농업인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5만 명이 넘는 이들이 다쳤다. 농업 분야의 재해율은 전체 산업재해율의 약 7배에 달하며, 사망률은 3배 수준이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의 일터가 여전히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모두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특히 농촌은 빠르게 고령화되는 반면, 작업의 기계화는 더욱 진전되고 있다. 폭염, 태풍, 집중호우 같은 기후 위기도 일상이 되었다. 여기에 여성농업인과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안전관리의 대상과 방식 또한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농업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 되었다.
정부는 현장의 재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농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근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사망·부상자율을 25% 줄이는 것을 목표로 농기계와 농업시설의 안전성을 높이고, 고령농·여성농·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와 안전 문화 확산, 제도 기반 강화를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사고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경운기는 ‘클러치형 운전대’를 조종이 쉬운 ‘핸들형’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노후 경운기의 폐차도 지원할 계획이다. 치명률이 높은 전도·전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호구조물 의무 설치 대상을 지게차와 굴착기까지 확대하고, 승용형 농기계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시 경고음이 울리는 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또한, 사고를 감지하는 단말기를 보급해 농기계사고 발생 시 정보가 119에 자동으로 연계되는 시스템도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질식·추락 재해가 빈번한 축사시설에 대한 안전대책도 강화한다. 양돈장을 중심으로 환기팬과 덕트, 송기 마스크 등 안전 장비 구매를 지원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다. 아울러, 안전관리의 법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농작업 안전증진 및 재해예방법률’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한 끼의 식사는 수많은 농업인의 땀과 헌신 덕분에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식탁도 지켜지고, 안정적인 식량 생산도 가능하다. 안전한 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출발점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농업 현장의 작은 위험 요소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농업인이 걱정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 ‘국가가 책임지는 안전한 일터, 건강한 농업인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생명을 키우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 그것은 정부의 책무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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