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내면 나쁘다(naughty)’, ‘순이 가슴커(snicker)’ 등 낯뜨거운 단어연상법
-창작 자유 인정하더라도 정도 심해…성희롱ㆍ편견 조장 내용 수두룩 ‘충격적‘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공무원 시험용 영어단어 교재들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정도의 ‘성희롱’을 연상케하는 부적절한 해설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자극적인 성희롱적인 표현이나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아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창작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30일 서울시내 주요 서점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용 영어단어 교재는 주로 ‘연상법’을 활용하고 있다. 연상법은 익숙한 한국어를 영어 단어에 접목시켜 어려운 단어들을 쉽게 외우는 방법으로, 많은 영어단어장에서 활용하는 학습 방법이다.
실제 대형 서점들의 시험 서적 베스트셀러 코너에 비치된 공무원ㆍ경찰ㆍ편입 시험용 영어 단어장들은 ‘이미지 연상법’, ‘스토리텔링 연상법’ 등 다양한 연상법을 내세우고 있다. 가령 ‘vomit(토하다)’란 단어의 경우 ‘vomit[보밑]→보다, 밑을→밑을 보며 토하다’는 식으로 외우는 것이다.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많은 단어를 외울 수 있다고 알려져 많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해당 영어 단어 교재들을 찾고 있다.
문제는 교재 내 설명들 중에는 성희롱적인 발언이나 성차별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놀랍게도 성희롱적 내용이 곳곳에 담겨져 있다. A 교재의 경우 snicker(킬킬거리다)란 단어를 ‘snicker[스니커→순이커] 순이의 가슴이 특히 커서 친구들이 놀리며 모습’으로 설명한다. 또 해당 교재는 voluptuous(관능적인)란 단어를 ‘[벌럽 추었으→벌러덩 (춤을) 추었어] 치마를 벌러덩 올려가며 관능적으로 춤을 추는 여자를 보며 기분 좋아하는 주색에 빠진 남자’를 연상하라고 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응시를 위해 해당 교재를 접한 지모(27ㆍ여) 씨는 “설명을 읽는데 화끈거려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 당연히 성희롱이 되는 표현들이 버젓이 공무원 시험 준비교재에 나와있다니 황당하다”고 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B 교재의 경우 naughty(행실이 나쁜)란 단어에 대해 ‘[노티→老티] 괜히 노티내며 행실이 나쁜 짓을 한다’며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C 교재는 maiden(소녀)이란 어휘를 설명하며 ‘외출금지로 소녀의 손목이 줄로 메이든(묶이든) 나는 상관없다’는 해설을 소개하고 있다. 아동학대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설명이다. 또 D 교재의 경우 pinioned(~에 붙들어 매인)이란 단어를 ‘[피년드→핀년들] 대마초 핀 년들이 줄에 매여 경찰서로 끌려가는 모습’으로 소개하고 있다. 공무원으로서 지양해야 할 노인ㆍ어린이ㆍ여성에 대한 편견들을 오히려 시험 교재들이 학습법으로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쉽게 외워지는 방법이라 하더라도 이후에 영어 단어를 떠올릴 때 생각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말한다. 안성호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이미지와 함께 영어단어를 외우는 방법은 쉽게 기억하기 위한 어휘학습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극적으로 외우다 보면 해당 단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