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이 215억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동기보다 55.6%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76억달러로 175.9%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의 35.3%를 차지했다. 석유제품과 승용차, 컴퓨터 주변기기 등 주요 품목의 수출도 늘었고 중국·미국·베트남·대만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수출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반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반도체와 연관된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370% 넘게 급증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장비 수요가 늘면서 관련 품목 수출도 함께 늘고 있다. 석유제품과 승용차 등 주요 주력 품목 수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평균 수출은 31.7% 늘었다.
다만 반도체 의존도가 더 높아진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보다 15.4%포인트나 확대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0% 수준이던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어느 한 산업에 수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경기 사이클에 따라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AI 투자 확대가 당분간 반도체 수요를 떠받칠 가능성은 있지만, 사이클이 꺾이면 수출과 성장률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다.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2월까지 중국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하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유럽과 아세안,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넓힌 결과다.
실제로 이번 초순 통계에서도 한국의 대유럽 수출은 감소했지만 중국은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오르면 수입 부담이 커지고 기업의 생산비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시도 멈출 수 없는 일이다. 동시에 배터리, 첨단 장비 산업, 바이오·의약 등 차세대 전략 수출 품목을 하루 빨리 키워내야 한다. 수출 지역 다변화도 여전히 숙제다. 산업 구조 전환과 정책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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