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728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오는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올해보다 8%를 증액한 정부안을 사수하려는 여당과, 확장재정 기조에 반대하는 제1야당이 맞부딪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 ‘예산전쟁’이라는 표현이 서슴없이 나온다.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이뤄질 수 있을지 국민적 우려가 크다.

그러나 소모적인 정치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이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확인됐듯이 우리 경제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여야는 ‘송곳 심사’를 통해 혈세가 누수 없이 적기,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 한쪽은 일방적으로 지키고, 한편은 무조건 깎자고 덤벼선 안 된다.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민생안정을 목표로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후속 조치,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위해 예산안을 꼼꼼히 고치고 다듬어야 한다.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예산안엔 ‘통상 현안 대응 및 수출기업 지원 강화’예산이 4조3000억원 편성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조기 확보를 위한 7조5000억원을 포함해 ‘AI 3강 도약을 위한 대전환’엔 10조1000억원, 신산업·연구·개발(R&D)엔 44조3000억원 등이 할당됐다. 한미 관세협상과 GPU 확보계획 등이 불투명했던 때 편성됐던 이 같은 예산이 지금도 과연 충분하고 적절한지, 정부의 세부 집행계획은 제대로 마련됐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당장 자동차는 15% 관세가 확정됐고, 반도체 분야는 엔비디아 GPU 26만장 공급과 글로벌 기업의 투자유치 수혜를 얻게 됐으나 철강을 비롯한 일부 품목은 미국 고관세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국내 투자의 ‘공동화’ 위험도 여전하다. 관세협상과 해외 투자 유치 수혜 기업엔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피해 업종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맞춤형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예산안 최대 쟁점은 ‘이재명표 사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과 국민성장펀드, 그리고 재정건전성 문제로 집약된다. 정부와 여당은 내수진작이라는 명분으로 무차별 돈풀기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극대화한 정교한 민생대책을 내놔야 한다. 특히 부동산 규제와 AI산업 발전이 주거·고용에 주는 영향을 잘 따져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여당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선심성 예산을 가차 없이 삭감하고, 야당은 필요한 예산이라면 거들어야 한다. 명분에만 집착해선 여야 모두 패자가 되고,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 몫이 될 것이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