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 연구 경쟁력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13~2023년 주요국 피인용 상위 1% 논문 실적 비교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은 3.3%에서 4.1%로 증가했지만, 세계 순위는 14위로 별 변화가 없다. 논문수가 늘어난 건 다행이지만 영향력 있는 연구에선 상대적으로 뒤처진 셈이다.
전 세계 학술 논문 중 인용 횟수 상위 1% 연구라는 것은 다른 학자들이 많이 참고할 정도로 중요한 성과를 담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전체 논문 점유율은 3.6%로 세계 12위지만, 상위 1% 비중은 1.07%로 세계 평균(1%) 수준에 불과하다. 1위인 미국(40.1%), 2위 중국(32.9%)과 격차가 크다. 기관별로 보면 기초과학연구원(IBS)이 3.07%로 가장 높았고, 세종대(2.93%), 울산과학기술원(2.56%)이 뒤를 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5.2%), 하버드대(4.1%) 등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중국의 양적·질적 성장이 눈에 띈다. 중국이 2013~2023년 사이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이 3배 이상 상승했다. 2020년, 2021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와 국가 10년 계획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등 장기 국가전략을 바탕으로 첨단 산업에 인재와 막대한 예산을 집중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기술적 자립과 혁신을 이뤄냈다. 한국이 정체를 겪고 주요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연구개발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한국이 재료과학, 우주과학, 화학, 컴퓨터과학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평균을 웃돈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오마르 야기 교수의 금속유기골격체(MOF) 논문이 1만800회 이상 인용됐는데, 2013년 KAIST 재직 때 발표한 것이다. 충분한 연구 역량이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2023년 말 발표한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을 2022~2026년 기준 4.8%로 높이겠다고 했다. 기초연구 강국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경쟁하려면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특히 국가경쟁력과 맞닿아 있는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전략적 육성이 절실하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실용적 과학분야다. 단기 성과에 매달리지 않는 꾸준한 지원과, 실패를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이는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된다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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