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금리 인하보다 강력한 구조적 요인이 금값 지지
금 ETF 등장·글로벌 물가 불안도 가격 상승 요인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금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증권가의 전망이 나왔다. 중앙은행의 매수세와 금융 억압 정책의 부작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와 금융 억압 정책의 부작용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이어지는 한 금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연말에는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 가격 강세 배경으로 흔히 약 달러와 금리 인하가 거론된다. 그러나 하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와 시장금리 하락이 금 가격 상승에 일조했으나 지배적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월부터 4월까지 금 랠리에는 달러 약세가 동반됐다. 그러나 8월부터는 달러 약세 흐름이 주춤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최근 고조됐으나 지난 5~6월 관세 충격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금값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하 연구원은 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행렬과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이다.
세계 분절화가 심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국의 금 매입은 2010년대 중후반보다 확대됐다.
ETF는 새로운 금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허 연구원은 “ETF 보유량은 실질금리나 달러인덱스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엔 실질금리 하락폭보다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불확실성 증대가 ETF를 통한 금 매수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억압 정책도 금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연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신속한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하 연구원은 “금융 억압 정책은 물가가 안정된 구간에서는 부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잔존하는 상황에서는 금 매수 수요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주요국의 물가 불안도 금 강세 요인이다. 미국은 관세 여파로 물가 상승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 식료품 가격, 프랑스는 인건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 확대와 정치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단기 금리와 달리 장기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채권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함께 금의 상대적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