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상법 개정은 기업의 숨통을 틔우기는커녕 더 옥죄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제1차 개정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와 감사위원 선ㆍ해임 시 3% 룰 강화가, 제2차 개정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통과됐다.

여기에 제3차 개정으로 논의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현실화한다면 기업은 장기 전략은 고사하고 단기 투기세력의 압박에 무방비로 노출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두 차례의 상법 개정 영향이 나타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논의될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치명적이다. 자사주는 기업이 주가 안정을 꾀하고 인수ㆍ합병(M&A) 등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 임직원 보상 및 연구·개발 재원 마련 등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며, 적대적 M&A에 대해 유일한 경영권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강제로 소각하라는 것은 위기를 대비할 비상금을 없애고 경영권 안정화를 포기하라는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주주보호에 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세계 경제환경에서 기업의 생존전략을 원천 봉쇄하는 결정적인 악수가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모순된 행보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다. 여러 차례 “경제성장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실제 정책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최근 내놓은 기업 관련법안(상법ㆍ세법ㆍ노동법 등)을 보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당근책은 보이지 않고 규제와 부담이라는 채찍만 난무한다.

경제계는 “신중한 입법 없이는 기업 현장이 큰 혼란에 빠진다”고 거듭 경고했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를 무시한 채 법안을 강행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행동주의 펀드만 반기게 만든다. 국내 기업을 겨냥한 투기성 펀드의 공격은 2020년 10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급증해 기업들이 시달렸다.

대부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이사회 의석 확보 등을 요구했으며, 두 차례의 상법 개정에 더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되면 이들은 ‘제도’라는 날개까지 달고 기업을 흔들 것이다.

G7 중 4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싱가포르)은 집중투표제를 아예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이사회 비효율화와 적대적 인수 위협 등의 부작용으로 오래전에 임의 규정이나 전면 배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다양한 방어장치가 있는 반면, 경영권 안정장치가 전혀 없는 우리나라는 있는 방패마저 빼앗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주 권익과 기업 자율성의 균형이다.

그러나 최근의 입법 방향은 균형은 찾아볼 수 없고 노골적 편향성만 있다. 기업이 장기 투자와 혁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법 개정은 앞길을 비춰주기보다는 마치 걸림돌을 놓는 모습이다. 남는 것은 잠깐의 성과일 뿐, 사라지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부르짖는 코스피지수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atto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