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협상이 본격화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인상률 논의에 들어갔다. 근로자 측은 14.7% 인상한 1만1500원을, 사용자 측은 동결 수준인 1만30원을 각각 제시했다. 1470원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이제는 오직 경제 현실에 기반해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다.
노동계는 생계비 부담과 실질임금 정체를 주된 인상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해 생계비는 7.5% 상승했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은 2.5%에 그쳤고,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으로 실질 인상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주장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친 지표 상승률이 11.8%인데, 여기에 산입범위 조정분 2.9%를 더해 14.7% 인상안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 0%대 성장률이 예고된 가운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에 육박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었고,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3.9%에 달할 정도로 현실과 괴리가 크다.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7% 수준에 머무르는데, 임금만 앞질러 올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월평균 소득이 현행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응답자의 절반은 현재 최저임금 자체가 이미 과도한 부담이라고 밝혔고, 65%는 인건비 부담으로 추가 고용 여력이 없다고 한다. 1~6% 인상만으로도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비율이 10%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이 줄곧 제기해온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요구가 이번에도 무산된 점은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최저인금 인상이 저소득층 삶의 실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17~2019년 최저임금은 29.1% 인상됐지만 같은 기간 상대적 빈곤율은 19.7%에서 20.8%로 오히려 높아졌다. 일자리를 잃거나 이른바 ‘쪼개기 알바’로 근로시간이 줄어든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득 분배를 개선하겠다며 무리하게 올린 최저임금이 오히려 취약층의 일자리를 위협한 셈이다. 최저임금은 고용과 생계,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할 정책이다. 무리한 인상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게 더 가혹하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밀어붙이기보다 상생 가능한 절충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업종·지역별 현실을 반영한 탄력적 운용과 사용자 지불능력 반영 등 구조적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 실용을 내세운 새 정부 노동정책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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