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미술관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展’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 143점 한자리에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1817) 작품을 설명하는 시모나 바르톨레나 전시 총괄 큐레이터. 이정아 기자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1817) 작품을 설명하는 시모나 바르톨레나 전시 총괄 큐레이터.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상주의 작가들이 탄생한 시기인 1875년 독립 전시회에 걸렸던 클로드 모네의 ‘봄’, 화가로서 생을 시작한 빈센트 반 고흐가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늙은 남자의 초상’,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던 파블로 피카소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완성한 ‘어릿광대의 두상 II’….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 143점으로 서양 미술사 400년 방대한 여정을 한 호흡에 아우른다. 89명의 거장들이 네덜란드 회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미술,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를 거쳐, 인상주의와 인상주의 후기, 현대 실험미술까지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나드는 미술사의 격변을 증언하면서다. 특히 남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25점이 더해져 아프리카 미술의 정수도 조명한다.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영국 낭만주의 작가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의 미묘한 대기의 진동과 세련된 뉘앙스가 드러나는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미술 운동을 보여주는 라파엘 전파 회화를 대표하는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의 ‘마음의 여왕’으로 이어지는 전시 분위기는 시대마다 달라지는 미적 감각을 따라가는 길잡이를 한다.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 ‘마음의 여왕’(1860)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 ‘마음의 여왕’(1860)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반 고흐 ‘늙은 남자의 초상’(1882). 이정아 기자
반 고흐 ‘늙은 남자의 초상’(1882). 이정아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출신 미술사학자·평론가인 시모나 바르톨레나 전시 총괄 큐레이터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은 처음부터 영국적 요소가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모네의 스승인 외젠 부댕이 해안의 부두와 이를 따라 늘어선 보트를 빠른 붓놀림으로 그린 회화들도 놓쳐선 안 되는 작품들이다. 그의 그림이 인상주의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단서라면, 무용수의 움직임을 담아낸 에드가르 드가의 뒤따르는 작품들은 색채보다 선으로 포착한 또 다른 방식의 인상주의를 보여준다.

폴 시냐크의 ‘라로셸’은 바르톨레나가 꼽는 대표작 중 하나다. 그는 “1886년 인상파의 마지막 공식 전시회를 계기로 몇몇 혁명적인 예술가들이 인상주의 운동의 위기를 주목했다”며 “순수한 색상의 점들이 병치된 점묘법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인상주의 이후 펼쳐지는 폴 세잔, 폴 고갱,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들을 따라 회화와 조각의 본질을 다시 묻는 근대미술의 실험도 엿볼 수 있다.

폴 시냐크 ‘라로셸’(1912)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폴 시냐크 ‘라로셸’(1912)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교과서에 나올 법한 거장들의 명화를 아우르는 컬렉션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는 플로렌스 필립스가 있었다. 당시 작품 수집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자문한 인물이 휴 레인이다. 레인은 런던의 기관들이 프랑스 인상주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 이 사조의 작품 구매를 필립스에게 추천했다.

필립스는 문화적으로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에 예술의 씨앗을 심고자 했다.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을 본보기로 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미술관을 세웠다. 그는 다른 후원자들과 뜻을 모아 평생 수집한 1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이후 유력 정치인과 재벌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이 미술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현대 공공 미술 컬렉션을 갖춘 공간으로 성장했다. 현재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은 1만 점을 넘는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2만 원.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