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제왕’ 추락…성희롱 등 논란에 사임

55년간 WEF 상징이었는데…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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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로이터]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매년 봄 전 세계 정치인, 기업인, 학자, 언론인 등을 스위스로 집결시키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뒤숭숭하다.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어서다. 직장 내 성희롱 등 각종 논란 속에 사임 의사를 밝힌 슈밥에 대한 ‘추가 폭로 메일’까지 나오면서 55년간 WEF를 지킨 그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AFP]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AFP]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슈밥 창립자가 사임의사를 밝힌 지 약 2주 후인 지난달 중순 ‘전·현직 (WEF) 직원을 대신하여’라는 서명이 담긴 내부 폭로 이메일이 나왔다. 해당 메일에는 슈밥이 포럼 자원을 남용했고, 여성 직원에 대해 여성 비하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클라우스 슈밥의 아들인 올리비에 슈밥의 성희롱 문제 처리 등 11가지 불만 사항이 적혀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초호화 주택 ‘빌라 문디’.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왑은 이사회가 사치성 재산 사용을 포함한 내부 고발자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AFP]
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초호화 주택 ‘빌라 문디’.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왑은 이사회가 사치성 재산 사용을 포함한 내부 고발자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AFP]

특히 슈밥이 그의 아내 힐데와 함께 수년간 WEF 돈을 부정적으로 사용했다는 폭로의 파장이 상당했다. 2018년 WEF는 본사 옆 초고가 주택인 ‘빌라 문디’를 약 3000만달러(약 419억원)를 주고 매입했다. 여기에 리모델링 공사 비용으로 2000만달러(약 279억원)를 사용했다. 해당 메일은 “힐데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슈밥 부부가 빌라 문디를 독점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메일에는 슈밥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 위해 포럼의 자원과 직원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앞서 지난해부터 WEF을 둘러싸고 슈밥을 포함한 간부들의 직장 내 성희롱, 인종차별 의혹이 불거지자 슈밥은 지난 4월 2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WEF 이사회는 슈밥 사임 절차가 2027년 1월까지는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후임자를 물색하기로 정했다.

여기에 추가 폭로가 나오자 지난달 18일 WEF 이사회는 슈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밝혔다.

그러자 격분한 슈밥이 이사들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는 메일에서 “내 평판에 의문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이사회는 결정을 철회할 기회가 있다”며 “내가 형사 고소를 취할 것이라는 점도 참고하라”고 말했다.

WSJ은 “슈밥의 충격적인 메일은 수년간 자신들이 포럼 재정을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고발을 이사회가 대응하지 못하도록 한 시도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2025년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AFP]
2025년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AFP]

결국 슈밥은 지난달 21일 의장직에서 즉각 사임을 발표했다. 슈밥은 사임 발표에서 “내 업적은 잘 확립되어 있으며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며 “나는 경제 발전, 화해 노력, 심지어 전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수많은 국가로부터 최고의 국가적 표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아내 힐데와 나는 지난 55년간 헌신해 왔으며 항상 최고의 직업적, 재정적, 윤리적 기준에 따라 살아왔다”고 적었다. 하지만 슈밥의 사임 의사와 별개로 WEF 이사회는 그에 대한 논란을 조사할 방침이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슈밥은 1971년 WEF 모태인 ‘유럽경영자포럼’을 출범해 매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각국 정재계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WEF으로 키웠다. 매년 1월에 열리는 WEF는 국가 정상을 비롯해 전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인, 경제인이 참석한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