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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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실적이 좋아도 안심할 수 없다. 성과는 물론, 소속된 부서나 경력 연차도 더는 방패가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직원을 대상으로 전방위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필요 없는 사람과 조직’에 칼을 들이댔다.

13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MS는 전 세계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500여 명을 정리해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만 명 감원에 이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다. MS 측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구조 조정”이라며 “미래 성공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감원은 성과나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정 부서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일의 밀도와 존재 이유’ 자체가 평가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이는 지난 1월 성과 기반 감원과는 성격이 다르며, 비효율을 제거하고 핵심 성장 축 중심으로 리셋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MS는 지난 4월 분기 기준 701억 달러의 매출과 258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월가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과감한 감원에 나선 배경에는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 가속이 있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 AI 기반 오피스·애저(Azure) 서비스 강화 등 미래 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인력 정비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 방식’에 대한 선언으로 읽힌다. 더 이상 ‘존재만으로 월급을 받는 인력’은 조직에 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 같은 흐름은 인구 구조 고령화와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AI 시대를 맞아 업무의 밀도와 방향성이 새롭게 요구되는 지금, 국내 기업들도 ‘일하는 사람만 남기는’ 구조적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로 읽힌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