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군도’, ‘수리남’ 윤종빈 연출

손석구 김다미의 독특한 스릴러 ‘나인 퍼즐’

‘나인 퍼즐’의 손석구 김다미 [디즈니플러스 제공]
‘나인 퍼즐’의 손석구 김다미 [디즈니플러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김다미(이나 역), 그를 10년째 ‘살인 사건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손석구(한샘). 의문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두 사람의 스릴러에 제작진은 내내 노심초사였다. ‘스포일러 경계령’에 출입 매체의 리뷰를 위한 사전 시청까지 철회하는 결정을 내렸다. 꽁꽁 감춰 본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배우 손석구는 14일 오전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진행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 제작발표회에 참석, “묘한 작품이다. 장르를 추리물로 단정할 수 없을 만큼 그 안에 뭔가 더 있다”고 말했다.

‘나인 퍼즐’은 프로파일러 이나와 형사 한샘이 연쇄 살인사건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굉장히 흡인력이 있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이런 인물들이 있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었다”며 “리얼리즘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갸우뚱할 수 있겠다 싶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세계, 만화적 세계로 톤을 올릴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주의 세계를 벗어난 드라마는 세트부터 독특하다. 미술과 공간 연출에서 현실과 거리가 있는 세계라는 것을 설정했다. 윤 감독은 “추리 스릴러지만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조금 귀엽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김다미도 “지금껏 보지 못한 유니크한 공간들이었다. 독특하고 묘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그 안에서 연기할 때 새롭고 재밌었다”고 했다.

‘나인 퍼즐’엔 손석구 김다미를 비롯해 김성균 현봉식 이성민 이희준 박규영 박성웅 지진희 김응수 이주영 노재원 등 쟁쟁한 주·조연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디즈니 플러스 ‘나인 퍼즐’ 현봉식 손석구 김다미 김성균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 플러스 ‘나인 퍼즐’ 현봉식 손석구 김다미 김성균 [디즈니플러스 제공]

윤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014)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2022)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영화 인생’의 인맥을 총동원했다. 배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식사 자리를 마련해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11부작이라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다. 잠깐 등장하고 마는 인물이 아니라 사건이 모두 연관돼 있어 매 회차 주인공도 존재한다”며 “만약 존재감 없는 배우들이 출연하면 잠깐 나오기에 시청자는 금방 잊을 수 있어 존재감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필요했다. ‘나인 퍼즐’엔 제 20년 영화 인생의 모든 인맥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석구도 이 작품을 결정한 계기를 윤종빈 감독으로 꼽았다. 그는 “예전부터 윤 감독의 엄청난 팬이었다”며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결정적인 출연 계기는 감독님 연출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한샘 역할을 ‘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나의 사건에 꽂혀 10년 동안 진급도 못 하고 그 사건만 파고드는” 형사다. 손석구는 “과묵하고 묵직한 느낌의 형사가 아니라서 작품을 보다 보면 한샘에게서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나인 퍼즐’은 윤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지 않은 첫 번째 작품이다. 남성 중심 이야기를 다뤄왔던 윤 감독의 작품에 김다미는 ‘첫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김다미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이야기”라며 “어린 시절의 이나와 10년 뒤 성인이 된 이나, 일상에서의 이나와 프로파일링을 할 때 이나의 모습을 모두 확실하게 구분해서 보여드리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플러스 ‘나인 퍼즐’ 윤종빈 감독 현봉식 손석구 김다미 김성균(왼쪽부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 플러스 ‘나인 퍼즐’ 윤종빈 감독 현봉식 손석구 김다미 김성균(왼쪽부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윤 감독은 “처음 대본을 볼 때부터 윤이나라는 인물이 독특하다 생각했다. 거침없고 직설적이며 자기감정에 솔직한데, 어떤 배우가 했을 때 밉지 않을까 생각하다 김다미가 가진 건강한 에너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다미가 하면 이 인물은 밉지 않고 독특한 인물이라고 받아들일 것 같다. 결과물을 보면 사랑스럽고 이상하지만 독특한 개성을 가졌고 밉지 않은 인물로 묘사됐다”고 덧붙였다 .

김성균은 윤 감독의 20년 인맥 중 한 명이다. 그는 윤 감독에 대해 “‘범죄와의 전쟁’으로 데뷔시켜 준 감독님”이라며 “이번에 13년 만에 다시 감독님과 재회했다. 그만큼 의미가 컸고, 감격스러운 촬영의 나날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지점은 손석구와 김다미의 관계성이다. 손석구는 “극 중 두 캐릭터의 관계는 여느 작품에서 보기 어려울 만큼 특이하다”며 “전무후무한 관계이다 보니 내가 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다미가 가진 자연스러운 케미를 작품에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김다미, 손석구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장면과 디테일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물인 만큼 ‘스포일러 경계령’은 피할 수 없다. 그 어떤 작품보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한 총력전이 거셌다. 윤 감독은 “스포일러가 지키려 한다고 지켜질진 모르겠지만 첫 주에 작품을 본 사람들이 범인을 유추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그것을 제작진이 통제할 수 없다 생각했다”며 “우리에게 그것을 막을 권한은 없다. 시청자들은 가급적 ‘나인 퍼즐’의 리뷰는 이야기가 다 풀리기 전엔 안 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총 11부작으로 제작된 ‘나인 퍼즐’은 3주에 걸쳐 공개한다. 오는 21일에 1∼6회를, 28일에 7∼9회를, 내달 4일에 10∼11회로 끝을 맺는다. 윤 감독은 “디즈니도 큰 기업인데 이런 공개 방식을 택한 큰 그림이 있을 것”이라 했고, 손석구는 “스포일러를 조심해 다 같이 범인을 추리하면서 보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