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재보험 신계약 2년 연속 뒷걸음질

보험이익은 118.9억→2.7억원 추락

가입률 급감…보장공백 안전망 우려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민간 산재보험으로 불리는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연합]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민간 산재보험으로 불리는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연합]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민간 산재보험’으로 불리는 근로자재해보장보험(근재보험)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근재보험은 산업 현장, 특히 건설 현장에 주로 사용되는데, 경기 둔화 흐름 속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계약 감소와 함께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산재보험 외 보장 공백을 메워온 민간 안전망 기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근재보험의 신계약건수는 지난해 8만7000건을 기록하면서, 전년(9만건) 대비 3000건이 감소했다. 지난 2022년(9만6000건)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신계약 가입금액도 2022년 26조6000억원에서 2023년 20조8000억원 2024년 20조원 수준으로 감소 흐름을 보였다. 신계약뿐만 아니라 보유계약도 2022년 5만6000건에서 ▷2023년 5만4000건 ▷2024년 5만2000건으로 하락했다.

계약이 줄어들면서 수익성도 직격탄을 맞았다. 보험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123억7000만원에서 2023년 118억90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해 2억7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손해율도 ▷2022년 63% ▷2023년 65% ▷2024년 77%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근재보험은 사용자(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업무 중 재해를 입었을 때, 4대 사회보험 중 하나인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손해를 민사상 책임으로 보상하는 민영 배상책임보험을 말한다. 예컨대 위자료, 비급여 치료비, 장례비, 향후 치료비 등이 포함되며, 가입 주체는 사업주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과실 여부를 따져 사용자의 책임이 인정되면, 보험사가 대신 피해 근로자에게 보상한다.

특히 의무보험이 아닌 임의보험으로, 주로 건설업계에서 원청이 하청에 가입을 요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단기 공사에 맞춰 1년 이내 단기 계약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재보험이 공공적 기본 보장을 제공한다면, 근재보험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적으로 보상해 ‘민간의 2차 안전망’ 역할을 한다.

근재보험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경기 악화 영향이 크다. 대부분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에서, 이 중에서도 건설 현장에서 많이 가입한다. 하지만 최근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신규 공사와 고용이 줄고, 이에 따라 근재보험 가입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건설 경기는 수주와 투자 모두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건설업 생산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0.7% 감소했다. 이는 과거 1998년 3분기 24.2% 감소세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건설경기 부진은 지난해 2분기 3.1% 감소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2분기(-3.5%)부터 2022년 1분기(-1.9%) 이후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4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서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553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4000명(1.2%) 늘었다. 이는 역대 최저였던 2020년 4월 16만3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건설업으로 좁혀보면 건설업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명 줄어든 7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건설 경기 불황 속에 21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기록했다.

이런 여건 속에 중소기업의 근재보험 가입률은 더욱 떨어졌다. 보험연구원이 국내 중소기업 보장 공백 수준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근재보험 가입률은 13.2%에 불과했다. 근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중 58.9%는 근재보험 가입에 다른 보험료 지출 부담이 크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근재보험은 산업 현장, 건설 현장에 인부가 있어야만 드는 보험”이라면서 “최근 2년 동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되고, 금리가 뛰면서 건설 수주 자체가 줄다 보니, 건설 현장이 사라지면서 근재보험의 계약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근재보험 시장이 위축되면서, 재해보상의 사각지대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재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재해 근로자는 사고 당시 사용자에게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인 근로자 입장에서 관련 소송에 드는 시간, 비용, 절차적 부담이 크다. 특히 사고 당시 사업장에 계속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용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률이 줄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산재 초과 손해를 보완할 보험 수단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면서 “근로자가 사용자와 직접 배상으로 다툼을 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땐 근재보험의 공백이 곧 보장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p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