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1928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으로 불렀다. 전적으로 환자의 면역력에 의존해야 했던 감염 질환의 치료율이 페니실린의 등장으로 극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지만 오남용으로 항생제 내성이 생겨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불렀다.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은 사망률 증가, 치료기간 연장, 의료비용 상승 등으로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정부가 2년간의 항생제 내성 대응 프로젝트를 마치며 발간한 짐 오닐(Jim O‘Neill)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며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820만 명을 넘어선다고 예측했다. 또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 확산에 따른 세계 각국의 대응비용은 연간 63조 파운드(약 11경 원)로 치솟게 되고 항생제 내성 대응 실패는 세계 경제를 2∼3.5%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11일 정부가 내놓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은 항생제가 점차 무용지물인 시대로 접어들고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은 더욱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나왔다. 항생제 내성균을 관리·통제하지 못하면 ‘보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는 국가적 위기감과 절박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핫이슈로 떠오른 항생제 내성에 대한 10가지 상식을 Q&A로 알아본다.
▶Q&A 1. 항생제 내성이란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상 세균 중 일부에서 돌연변이 즉,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항생제 효과가 없어진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이 있는 세균만 살아남아 증식하게 되어 내성균이 만연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면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줄어들고, 소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경우에는 치료할 항생제가 없게된다. 항생제 내성은 인류를 다시 항생제 개발 이전의 시대로 회귀시키고 있다. 즉, 항생제 내성균이 만연하게 되면 단순한 상처만으로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며, 오늘날 흔하게 이루어지는 수술, 항암치료 등 각종 의료 행위도 감염을 두려워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Q&A 2. 축수산 항생제 내성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가 =항생제 오남용은 내성균 발생을 유발하고 생태계 순환에 의해 다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항생제 내성균이 포함된 식품 섭취로부터 내성균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여러 연구에서도 가축의 항생제 사용과 인간의 항생제 내성 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부처별 대응으로는 체계적 관리에 한계가 있기에 최근 WHO에서도 원 헬스(One-Health) 개념의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Q&A 3.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예방법은 =감기 등 항생제 사용이 불필요한 질병에 대해서는 복용하지 않고, 남겨 둔 항생제를 임의로 먹지 않으며,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항생제 내성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Q&A 4. 항생제 내성균의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은 =일단 출현한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간 접촉 등을 통해서 퍼진다. 내성균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손씻기, 기침 예절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A 5. 외국에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7 DDD(국민 1000명 중 매일 31.7명꼴로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음을 의미)로 산출기준이 유사한 OECD 12개국 평균 23.7 DDD에 비해 높다. 스웨덴 14.1 DDD, 노르웨이 19.2 DDD, 체코 21.0DDD, 프랑스 29.0 DDD, 터키 41.1 DDD 등이다. 농축수산 분야의 항생제 판매량은 2015년 현재 2007년보다 40% 감소했으나, WHO 지정 최우선 관리 항생제인 3ㆍ4세대 세파계, 마크로라이드계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Q&A 6. 외국과 비교해서 감기(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 실태는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의 경우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라서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지 않지만, 국내의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3.3%에서 2015년 44%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다. 게다가 더 낮아지지 않고 최근 4년간 44~45%로 정체돼 있다. 나라마다 감기의 상병범위, 대상자, 분석단위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호주 32.4%(2009~2010), 대만 39%(2005), 네덜란드 14%(2008)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Q&A 7. 외국과 비교한 항생제 내성률은 =국가 간 표준화된 시험법이나 감시체계가 없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 포도상구균의 메티실린 내성률(MRSA)은 67.7%로 영국 13.6%, 프랑스 20.1%, 일본 53% 등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장내에 서식하는 장알균의 항생제 반코마이신에 대한 내성률(항생제 투여시 살아남는 세균의 백분율)은 36.5%로 영국 21.3%, 독일 9.1% 보다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Q&A 8. 표본감시기관에서 내성균 보고건수는 =우리나라는 MRSA 등 항생제 내성균 6종을 지정감염병으로 분류, 현재 115개 표본감시 기관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 대상기관의 보고건수는 2013년 8만955건, 2014년 8만3330건, 2015년 8만824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Q&A 9. 건강보험재정에서 항생제 관련 의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총약품비 약 11조8505억원 중 항생제 약품비는 약 1조1769억원(9.9%) 수준으로, 항생제 적정 사용으로 사용량을 줄일 경우,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
▶Q&A 10. 항생제 내성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등장한 이유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등 국제 사회는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 및 유행이 치료법이 없는 신종감염병과 파급력이 유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핵심 아젠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보고서(Jim O’Neill Report) 보고서도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촉발시켰다. 오닐보고서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며, 신규 항생제 개발은 시장성이 낮아 제약회사들이 개발을 기피하고 있는 ‘시장실패’ 영역이므로 여러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은 오는 9월 G20정상회의와 UN총회에서도 중요 아젠다로 논의될 예정이다.
dewk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