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출액 109억원
전쟁 발발 직전해보다 수출액 많아져
종전 협상으로 인프라 투자 기대감↑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규모 738조원
HD현대 현지 사무소 설립 등 시장 공략
![2022년 미국 테네시주 샘버그 지역 피해 복구 작업에 투입된 HD현대건설기계의 21톤 굴착기 모습. [HD현대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09/news-p.v1.20250213.68bb62a750f847d78c6ff06d9e5088e0_P1.jpg)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한국산 굴착기의 우크라이나향 수출액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종전 협상으로 전후 복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굴착기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이 현실화될 시 우크라이나에서 700조원 이상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HD현대를 비롯한 건설기계 기업들은 일찌감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1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향 굴착기 수출액은 772만6000달러(109억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년도인 2021년 1분기 수출액(752만9000달러)보다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135만7000달러)과 비교했을 때는 5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굴착기를 수출하고 있는 기업은 HD현대의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창원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이뤄지면서 우크라이나향 굴착기 수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2022년 발발 이래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올해 1월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주도하면서 전후 복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우크라이나 내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건설기계 기업들에 우크라이나는 주요 공략 지역이 아니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2021년 연간 기준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향 굴착기 수출액(2571만2000달러)은 미국향 수출액(4억2501만달러) 대비 15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우크라이나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종전 이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서다. 세계은행 등은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간 5240억달러(738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HD현대는 우크라이나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HD현대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올해 1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문재영 HD현대인프라코어 부사장은 같은 달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현지 기업과 협력을 논의했다.
HD현대는 2004년부터 우크라이나 시장에 굴착기를 비롯한 다양한 건설기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찌감치 시장을 공략한 결과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에서 HD현대 점유율은 30%가 넘는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시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글로벌 정세에 따라 종전 협상도 언제든 결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신제품 발표회에서 “복구 사업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기대를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하면서 “러시아가 오히려 더 큰 시장인 만큼 정세가 정리되면 러시아와 더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