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직속 ‘K문화강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6a918d75fc8144ce8c31f47816ee4de8_P1.png)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문화는 산업이 아니라, 힘이다. 이재명 후보를 설득해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직속 ‘K문화강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K문화강국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문화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저자이자 노무현 정부에서 제3대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 위원장은 “문화예술은 역대 대선 후보들의 아주 상투적인 공약이었다. 정작 당선 이후엔 정책이 순위에서 밀려 예산 몇 푼 증액되는 것으로 끝나버리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영상으로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 파워(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며 문화강국을 핵심으로 하는 ‘K이니셔티브’ 비전을 내세운 바 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열린 ‘K콘텐츠 기업 간담회’에서도 “문화 콘텐츠가 과거에는 흥밋거리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일자리, 관광자원 등 그 나라의 소프트 파워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 됐다”며 “진정한 힘은 문화”라고 한 바 있다.
이를 대변하듯 유 위원장은 “문화강국 대한 이 후보의 의지는 굉장히 강하다”며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문화산업을 재생 에너지와 함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았고, 전주에서 연 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도 ‘먹고사니즘’과 문화예술을 연결 지으며 실질적 지원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유 위원장은 한국 문화의 세계적 성취를 ‘비빔밥’에 비유한 영국 음악평론가의 분석을 언급하며 “K팝은 특정 장르가 아니라 모든 장르의 융합이며, 이러한 혼성문화야말로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힘”이라고 했다. 또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K민주주의로서 한국을 자국 사회 번혁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국가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 위원장은 위원회의 핵심 과제로 ‘지원하되 간접하지 않는다’로 요약되는 행정 간소화를 제시했다. 그는 “문화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자칫 산업적 효율 논리에 따라 문화 본연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약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 후보가 ‘500원짜리 영수증 붙이려 딱풀을 사야 한다’는 현실을 짚어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그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화예술인 지원금 제도에 대해서도 “본래 연구개발(R&D) 개념이어야 한다. 결과가 실패해도, 그 실패를 향한 도전 자체가 자산”이라며 “전체 중 5%의 부정사례를 이유로 95%의 창작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출판과 인문사회 분야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위원장은 “요즘에는 복사기가 워낙 발달해 교재 책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며 “돈으로 해결하는 게 아닌, 제도적 격려로 문화를 지키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외국 유명 박물관의 한국관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라며 “해외에서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전시, 연구, 학문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관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개막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언급하며 “그런 기회들이야말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결정적 장치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유 위원장은 “K영화, K팝이 세계 1등이 됐다면, 이제는 1등의 책임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등은 1등의 뒷모습만 보고 따라가면 되지만, 1등은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R&D와 실험,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K문화강국위원회는 슬로건으로 ‘문화가 빛이 되는 나라’를 선정하고 ▷문화로 성장하는 국가 ▷문화로 살아나는 지역 ▷문화로 선도하는 기술 ▷문화로 지속하는 내일 ▷문화로 연결되는 세계 등 5대 비전을 발표했다.
향후 유 위원장은 이 후보의 문화강국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공약을 발굴해 중앙 선대위에 정책을 제안하고, 발표된 공약에 대한 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후보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위원회는 상임공동본부장으로 강유정, 김준혁,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우종 문화강국네트워크 이사장을 위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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