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가격 지난해 말까지 고공행진
원료 수입 장기계약에 원가 부담 여전
원료 함량 조절 이어 가격 인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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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커피 원두와 코코아에 이어 오렌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음료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원료 함량이나 생산량 조절로 대응하고 있지만,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오렌지 주스 농축액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파운드당 평균 5.09달러(약 7165원)로 정점을 찍었다. 이달 2.82달러(약 3970원)까지 내려왔지만, 2022년 파운드당 평균 가격 1.75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오렌지 가격 상승은 작황 부진 때문이다. 먼저 세계 2위 생산국인 미국의 플로리다 지역에 2022년 말 허리케인과 한파가 닥치며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에는 병충해와 가뭄, 화재 등 자연재해가 잇달았다.
국내 음료업계는 원가 부담에 고군분투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오렌지 작황 부진 등 원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음료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8% 감소한 1450억원에 그쳤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수입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지난해 고점인 오렌지 가격 여파가 현재 생산비에 반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렌지 관련 제품의 원가 압박 부담이 여전하다”며 “물류비·포장재·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가격 조정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오렌지를 사용한 아침에주스 등 54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오렌지과즙 원료가 20% 가까이 급등했다”는 이유다. 코카콜라음료도 이달부터 미닛메이드 350㎖ 페트 가격을 1900원에서 100원 올렸다.
함량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미닛메이드 오리지널이 2023년 12월 미닛메이드 에센셜로 변경되면서 과즙 함량이 82%에서 51%로 줄었고, 작년 12월 미닛메이드 시그니처로 리뉴얼되면서 과즙 함량이 30%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지난해 말 고환율 상황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부담이 더 커졌다”며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이라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원료 함량을 바꾸거나 다른 비용을 조정해 수익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