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미국 수출량 10만대에 맞춘 쿼터 적용

멕시코와 캐나다산 품목관세는 25%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피터 만델슨 주미 영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피터 만델슨 주미 영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빅3 업체들이 8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무역 합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양국 간 무역 합의에는 미국이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10만대는 한 해 영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수치와 거의 일치한다. 반면 멕시코와 캐나다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는 여전히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를 적용받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포드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자동차 빅3를 대표하는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는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산 부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영국산 자동차가 부품 중 절반이 미국산으로 채워져야 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원산지 요건을 준수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빅3) 자동차보다 더 저렴하게 수입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부품 공급업체,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빅3가 미국으로 수입한 차량은 221만대로, 미국 전체 자동차 수입량의 28%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이번 합의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조립한 자동차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향후 다른 무역 합의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미국자동차정책위는 “북미산 자동차보다 우위를 주는 이러한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특혜적 접근이 향후 아시아와 유럽 경쟁국과의 협상에서 선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년간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유지했다. 또 USMCA 원산지 규정을 준수하는 북미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연장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완화해주기를 기대해왔다. 포드는 관세로 인해 올해 25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중 10억달러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GM은 올해 관세 관련 비용이 40억~50억달러에 달하고, 이 중 30%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영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무역 합의를 크게 환영했다.

마이크 호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 대표는 “이러한 관세가 적용되면 영국 자동차 수출업체들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이 될 것이었기에 이번 합의로 매우 안도하게 됐다”고 반겼다.

영국 자동차 업체 중 대미 수출물량이 가장 많은 재규어랜드로버(JLR)의 에이드리언 마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의가 “앞으로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확신을 주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JLR의 다른 임원은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국 자동차 업계는 유럽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64억파운드(약 12조원)로 대미 수출 품목 1위다.

미국에 제조 공장이 없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맥라렌, JLR의 레인지로버 등 고급 브랜드에 미국은 최대 시장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