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反트럼프 정서 공략

EU·英 등 주요 정상 “파트너십·유대 강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승리선언을 하고 있다. [AFP]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승리선언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동맹에까지 무차별 관세폭격을 날리면서 동맹과 우방국을 적대적으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대서양 동맹에 균열이 생기자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등 서구 동맹의 반트럼프 전선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조롱을 일삼자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자유당은 ‘반(反)트럼프’ 노선을 앞세워 지지율이 급등했다. 자유당은 지난 29일 보수당을 누르고 다수당 유지에 성공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의 배신이라는 충격을 극복했지만 그 교훈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캐나다의 옛 관계는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깨부수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지난 9년간 집권해 온 자유당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올해 1월 고물가와 주택난 등 경기 침체에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해 예정보다 이르게 총선을 치르게 됐다. 당시만 해도 보수당이 승리해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상황이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단 실언을 하자, 자유당은 반(反) 트럼프 노선을 결성해 지지율이 급등했다.

이번 총선의 화두는 단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합병 위협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캐나다 경제의 핵심 분야를 타격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자동차, 알루미늄, 철강에 25% 관세를,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지 않는 항목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석유·가스를 제외하면 캐나다의 미국 수출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트럼프는 지난 몇 달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주(州)로 편입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합병을 주장하면서 캐나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심지어 트럼프는 이날 선거 시작 약 한 시간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되어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무료로 키우라”며 자극했다. 이 영향으로 중도층 표심은 ‘캐나다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수당 피에르 폴리에브르 대표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운 자유당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카니 총리의 캐나다 총선 승리를 앞다퉈 환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캐나다의 유대는 강력하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다자주의를 증진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우리의 파트너십은 공동의 역사와 가치, 주권을 기반으로 한다”며 영국 노동당 정부와 카니 총리의 자유당 정부 모두 국민이 선출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역시 작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다.

한편 캐나다 총리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카니 총리에게 이번 총선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하며 두 정상 간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총리실은 “두 정상은 캐나다와 미국이 독립적이고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상호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며 “이를 위해 두 정상이 가까운 미래에 직접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