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석유화학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대표 리스크 중 하나로 ‘전기요금’를 꼽았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심화하고 있는 와중에 전기료를 비롯한 고정비용이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일찌감치 무너졌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느끼는 고통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석유화학제품 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은 10% 안팎이다. 그런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7차례 인상됐다. 누적 상승률은 무려 68.7%이다. 석유화학기업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철강 등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들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탈탄소 명목으로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생산이 이뤄질 시 전기요금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다른 발전원 대비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 발전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전기료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원자력발전(이하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병행하는 이른바 ‘에너지 믹스(혼합)’를 꼽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포기하지 않되 경제성이 높은 원전을 기저 발전원으로 삼는 것이다. 에너지 믹스는 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 단가를 원전을 통해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원전의 경제성은 이미 입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원전 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약 60~70원이다. 해상풍력 단가(271~300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태양광(123~144원), 육상풍력(166~168원)과 비교했을 때도 절반 수준이다. LNG(액화천연가스)와 비교했을 때도 발전 비용이 저렴하다. 지난해 한국전력 정산 단가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원전(52원)은 LNG(175원)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 시대 원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터 센터로 대표되는 AI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이 필요해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기존 원전 대비 크기가 작은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하는 것도 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전기료 급등은 제조업 경쟁력 악화로 직결된다”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조업 생존과 산업 전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원전을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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