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부품 조달 중요성 갈수록 커져

차부품 관세 부담 완화에 수혜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월 3일 발효 예정이었던 25%의 수입산 자동차 부품 관세 부담을 2년 동안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최대 4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미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배터리 기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현지 기업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과 디트로이트 지역 3대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가 주축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등은 22일(현지시간) 자동차 부품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취소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미 행정부에 보냈다. 이들 단체가 정부를 향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 사례로 평가된다.

서한에서 이들 단체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며 “소비자 자동차 가격 상승 및 딜러십 판매 감소와 차량 유지·수리비를 더욱 인상하고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등의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자동차 업체 대표들의 의견을 수용한 끝에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완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자동차연구센터(CA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 관세정책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올해 미국 내에서 약 1080억달러(약 155조원)의 비용 증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GM·포드·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미국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빅3’ 브랜드는 올해 자동차 관세로만 약 420억달러(약 60조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추산됐다.

앤드루 프릭 포드 내연기관·전기차 부문 사장은 최근 딜러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관세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차량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5월 생산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6월부터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업계 안팎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현지 중심 공급망 전환 작업 속도가 덩달아 빨라지는 모양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 FAZ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일부 아우디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커트 켈티 GM 배터리 부문 부사장도 “외국산 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공급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독일 BMW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부품 조달의 중요성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일찌감치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이 ‘공급망 해법’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주 홀랜드 등 세 곳에서 자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 내 첫 원통형 배터리 전용공장인 애리조나 공장이 내년 완공돼 양산에 들어간다. 애리조나에서 생산된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와 리비안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된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추가 공급처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현지 업체들은 추산한다.

SK온은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조지아주에 단독 공장을 착공했고 현재 연산 2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아울러 포드,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지에 신규 공장 4개 건설 중이다. 최근 SK온이 닛산 수주를 따낸 배경과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축적한 양산 경험과 생산 운영 역량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도 최근 스텔란티스와 함께 세운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차량 가격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요소”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처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며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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