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협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6·3 대선 전 자국민에게 성과를 보여주려는 적극적 의지를 나타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최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 협의’ 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패키지’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과 엇갈리는 발언이다. 기재부는 30일 “대선 전에 미국과 협상의 틀을 마무리짓고, 그 다음 선거운동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며 베선트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기재부는 “2+2 통상협의에서 우리 정부는 향후 한국의 정치상황, 국회와의 소통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며 “서두르지 않고 절차에 따라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베선트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 등 협상 상대국의 입장과 태도를 서슴없이 평가하며 우리 정부 설명과 상충되는 내용도 직설적으로 밝혔다. 베선트는 한국 대선과 일본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으로 인해 협상이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히려 정반대”라며 “이들 정부는 선거 전 미국과 성공적 협상을 이뤘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무역 협정의 틀(framework)을 선거 전에 마련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실제로 협상 테이블로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선거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어느 한 쪽이 사실을 왜곡·과장하고 있거나, 같은 협의를 두고 서로 아전인수 격 해석을 하고 있거나, 유리한 협상을 위해 ‘심리전’을 벌이고 있거나 셋 중 하나다. 아니면 그 모두가 혼재된 상황이다. 어느 경우라도 불안과 우려가 크다. 더구나 우리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다. 게다가 한 총리가 대선 출마를 하면 최 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을 맡는다. 취임 100일을 넘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인사·이민자 등 각종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비판과 시장의 부정적 반응에 맞딱뜨렸다. 양국 모두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은 이날 완성차와 차 부품의 관세 완화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상호관세는 유예 조치를 했고 중국엔 잇따라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며 협상을 재촉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지연하고 인내하는 전략을 견지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정책 방향이 요동을 치고 있는데, 자칫 ‘움직이는 골문’을 향해 공을 실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미국의 심리전과 속도전에 말리지 말고 차기 정부를 위해 협상과 운신의 폭을 넓혀 놓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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