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유럽 역사 최대 규모
“기온변화로 초고압선 이상 진동 탓”
“재생에너지 과잉 전력 탓” 등 분분
경제적 손실 최대 7.3조원 추산
양국 정부, 원인 조사중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시민들이 핸드폰 플래시로 상품을 비추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430.15084f2ae4fb4237bf94dc58a41cc272_P1.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난 28일 오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수천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다음날 전력은 대부분 복구됐지만, 양국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전이 일어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정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대형 사고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대규모 정전은 28일 낮 12시 33분(현지시간) 스페인 전역, 포르투갈 및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시작됐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선 지하철 운행이 갑자기 멈추면서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구조됐다. 지상에선 교통 신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주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해야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물과 식료품, 생필품을 비축하는 사람들로 마트는 장사진을 이뤘다.
직장인들은 컴퓨터 작동이 어려워져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낮부터 회사에서 나와 대거 귀갓길에 올랐다. 부모들은 정전이 된 학교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나오는 등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또 상점에선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이 초래됐다.
![지난 28일 발생한 스페인 정전사고 당시 칠흑같은 암흑에 휩싸인 안달루시아 지방 론다의 거리(위). 아래는 전기가 복구된 후 모습.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rcv.YNA.20250430.PRU20250430137301009_P1.jpg)
이날 스페인 내무부는 마드리드,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등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에 3만명의 경찰을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신속한 전력 복구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을 자제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속도는 더뎠다. 스페인 전력망 관리 업체 레드엘레트리카는 정전이 발생한 지 18시간이 지난 29일 아침 6시 기준 전기 공급 복구율이 99%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포르투갈도 28일 밤부터 전력 공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650만가구 중 620만가구가 다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스페인 주요 기업 연합회인 CEOE는 이번 정전 사고로 경제적 손실이 약 16억 유로(약 2조6000억원),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0.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RBC는 경제적 손실이 그보다 훨씬 많은 22억5000만 유로∼45억 유로(3조6000억원∼7조3000억원)일 수 있다고 추정하며 스페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면서도 인프라 관리에는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28일(현지 시간) 포르투갈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해 리스본 국제공항 밖에서 승객들이 항공기 운항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유로뉴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430.73d2e6faf7ea42f085ef070365d9ec39_P1.jpg)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가 정전의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포르투갈은 스페인 내부 원인으로 인해 정전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는 “(정전의) 원인이 포르투갈은 아니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전력망을 스페인과 공유하고 있는데, 정전이 발생한 오전 시간대 전력을 스페인에서 들여와 피해를 입었다고 CNN은 분석했다.
정확한 정전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다양한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기온 변화로 인해 초고압선에 이상 진동이 발생하는 ‘유도 대기 진동’ 현상에 의해 시스템 간 동기화 장애가 발생해 전력망이 교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전 중 아토차 기차역의 계단에서 승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430.10948f366fee408da3deb7d09c142377_P1.jpeg)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발전 과잉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도 전했다. 스페인이 최근 몇 달간 태양광·풍력 사업을 확대하며 전기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 송배전이 이에 맞춰 확충되지 않아 과잉전력으로 전력망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전력 시설에 사이버 공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