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28위→이달 18일 6위 ‘점프’
‘5위’ 현대차와 격차 1조원 불과
자동차 타격 속 무기수출 증가영향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국내 시가총액 5위인 현대차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양사 시총 격차는 이달 초 10조원이었지만 최근 1조원 안팎으로 좁혀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계 각국이 방위비를 늘리고 있는 반면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국내 시총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현대차(38조8676억원)와 한화에어로(37조8323억원) 간 시총 격차는 1조353억원이다. 이달 초 시총 격차(10조9139억원)에서 9조8000억원 가량이 줄었다. 한화에어로는 이달 초 국내 시총 11위로 시작해 6위까지 올랐다. 지난 17일에는 양사 시총 격차는 가장 낮은 8567억원까지 좁혀졌고 다음날 장중 5위를 찍었다.
현대차 주가가 변동이 없다는 전제 하에 단순 계산 시, 한화에어로 주가(83만원)가 0.28%(2300원) 오르면 종가 기준 시총 순위도 뒤바뀐다.
올 들어 한화에어로가 현대차와 시총 경쟁을 하리라는 관측은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는 시총 28위(14조8822억원)로 현대차(44조3962억원)와 격차는 40조원에 달했다. 올 들어 현대차 주가가 12.25% 감소하고 한화에어로가 128.34% 오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판도를 뒤바꾼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다.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방산 기업의 핵심 수출 지역인 유럽 등에서 무기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으로 각 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지만 미국 외 수출 비중이 높은 방산업 특성상 관세 리스크도 빗겨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놓고 각국 입장차가 두드러지며 무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최근 8000억유로 규모의 재무장 계획도 확정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는)K9, 천무, 레드백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해 중동, 아시아, 유럽 전 지역에서 수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며 “수익성과 수주잔고 확장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유럽 업체들 대비 저평가 받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현대차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입차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 증권가가 예상한 현대차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익 전망치는 각각 43조4352억원, 3조5430억원이다. 작년 동기 실적(매출 40조6585억원·영업익 3조5574억원)보다 매출은 6.8% 증가지만, 영업이익은 0.4% 감소한 수치다. KB증권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현대차의 영업익이 각각 3조4000억원 줄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가 현지 재고를 바탕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재고랴은 2~3개월 내 소진될 가능성이 커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현대차 주가의 상승 요인도 하락 요인도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가 완화되면서 현대차의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자는 한화에어로를, 개인투자자는 현대차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은 한화에어로를 7895억원(1위) 순매수했지만 현대차는 순매도 2위 규모인 1조5037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은 현대차를 1조49억원(1위) 순매수했고 한화에어로를 8533억원(1위) 순매도했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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