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투자 대상, 위험성 등 필요한 설명 누락했다”
15억 중 10억원, 신한투자증권이 배상해야
양측 항소하면서 2심 열릴 예정
![신한투자증권 사옥 [신한투자증권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3/news-p.v1.20250422.e7442600050d4514b5e76826d7bcbdab_P1.jpg)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라임 사태로 투자금 15억원을 전부 날린 해외 투자자에게 신한투자증권이 1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신한투자증권이 펀드의 수익률만 강조하며 필요한 설명을 누락해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11민사부(부장 주진암)는 몽골인 A씨가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신한투자증권이 A씨에게 9억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2월께 국내 투자를 위해 신한투자증권과 상임대리인 계약을 맺었다. 상임대리인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서 증권 투자 등을 할 때 관련 절차를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2017년 2월께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한 펀드에 1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해당 펀드 가입을 권유했다. “이 펀드에 투자하면 연 1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를 희망했지만 신한투자증권은 A씨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위험등급 1등급의 해당 펀드를 권유했다.
상세한 설명도 없었다. 신한투자증권은 펀드의 투자대상이나 운용전략 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자료도 A4 1쪽 분량의 요약이 전부였다.
결국 A씨는 라임사태로 투자금 15억원을 전부 잃었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를 편법 거래하며 수익률을 부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1조 6000억 규모의 환매 중단이 벌어졌다.
A는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투자금 15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신한투자증권이 펀드의 중요사항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거나 필요한 설명을 누락했다”며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A씨에 대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의 직원들이 A씨에게 해당 펀드 가입을 권유할 당시 가입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펀드의 구조, 투자대상, 운용전략, 위험성 등에 대해 일반 투자자인 A씨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았다”며 “자본시장법상 설명 의무를 어겼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의 운용 제안서엔 관련 내용이 대부분 생략되거나, 막연히 표현됐다”며 “펀드의 위험등급(1등급)도 누락돼 있어 A씨가 위험성을 쉽게 인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은 A씨에게 2차례 전화를 걸어 펀드 가입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중요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수익률만 강조했을 뿐 펀드의 운용전략 등 위험성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은 “A씨가 경제학 관련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며 “모국인 몽골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며 은행 재직 경력이 있어 펀드의 운용전략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펀드의 복잡성, 높은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펀드에 관한 추가적인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 법원은 A씨가 청구한 15억원을 전부 인정하진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의 책임을 65%로 제한하며 9억7500만원만 배상하라고 했다.
1심 법원은 “투자자들은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며 “A씨도 막연히 신한투자증권 직원들의 권유에 의존해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양측이 모두 항소해 2심이 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