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FC-BGA’ 구미 공장 첫 공개

로봇·AI 등 LG그룹 최첨단 기술 집약 시설

작업자 손길 최소화로 품질 경쟁력 극대화

“내후년 수익화…2~3년 내 선두 경쟁 자신”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 드림 팩토리는 기존 공장보다 작업자 수를 50% 줄이고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했다. 사진은 자동로봇(AMR)이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 자재를 운반하는 모습. [LG이노텍 제공]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 드림 팩토리는 기존 공장보다 작업자 수를 50% 줄이고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했다. 사진은 자동로봇(AMR)이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 자재를 운반하는 모습. [LG이노텍 제공]

[헤럴드경제(구미)=김현일 기자] “FC-BGA 후발주자로서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곳 구미 ‘드림 팩토리’입니다“

LG이노텍은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드림 팩토리’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면적만 축구장 3배가 넘는 2만6000㎡ 규모의 드림 팩토리는 LG이노텍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의 생산거점이다.

지난해 2월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한 드림 팩토리는 LG이노텍의 30년 기판 업력에 더해 LG AI 연구원의 인공지능(AI) 역량과 생산기술원의 로봇 솔루션 등 LG그룹의 최첨단 기술이 총 집약된 생산시설이다.

이날 기자는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두 겹의 장갑을 끼고 위생모와 방진복, 마스크로 꽁꽁 무장한 채 에어샤워까지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입장이 가능했다.

사람의 눈썹부터 머리카락, 침방울까지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한 이물질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물질과의 싸움’…작업자 손길 최소화, 로봇·AI로 품질 사수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팩토리에서 직원이 대화면으로 공장 전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팩토리에서 직원이 대화면으로 공장 전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흔히 공장이라고 하면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생산라인에 서서 분주히 일하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드림 팩토리의 광경은 전혀 달랐다.

약 1시간에 걸쳐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동안 작업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생산장비의 가동 상태를 PC 모니터로 점검하는 5~6명의 직원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대신 자율주행 로봇이 각종 설비들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 안에서 각종 자재와 생산 제품을 실어나르는 것은 사람이 아닌 수십대의 운반 로봇이 담당한다.

이보다 섬세한 공정에서 로봇의 존재감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도금을 하기 전 반도체 기판 패널에 붙은 보호 필름을 벗겨내야 하는데 기존에는 사람이 칼로 일일이 벗기는 수작업으로 진행했다면 LG이노텍은 두 개의 로봇 팔로 대체했다.

로봇 팔이 스티커를 활용해 양쪽에서 보호 필름을 떼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덕분에 작업시간 단축은 물론 제품에 스크래치나 먼지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 불량률을 낮췄다.

박준수 LG이노텍 FS생산팀장은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절대 사람이 터치를 하지 않도록 모든 설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것도 사람이 아닌 AI가 담당한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로봇 팔이 이제 막 생산된 FC-BGA 제품을 검사대 위에 올려놓으면 AI가 30초 안에 불량 여부를 판독했다.

단기간 수율 극대화로 ‘후발주자’ 꼬리표 떼기 총력

거대한 로봇 팔이 생산된 FC-BGA 기판 제품을 검사대로 옮기면 AI 비전 시스템이 불량 여부를 30초 안에 판독한다. [LG이노텍 제공]
거대한 로봇 팔이 생산된 FC-BGA 기판 제품을 검사대로 옮기면 AI 비전 시스템이 불량 여부를 30초 안에 판독한다. [LG이노텍 제공]

이처럼 LG이노텍이 드림 팩토리 전반에 걸쳐 사람의 손길을 배제한 ‘터치리스(touchless)’ 생산방식을 구현한 것은 FC-BGA가 아주 미세한 변수만으로도 불량이 날 수 있는 고난도 제품이기 때문이다.

FC-BGA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은 선도 기업들을 빠르게 따라잡으려면 단기간에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드림 팩토리를 로봇과 AI가 집약된 최첨단 스마트 공장으로 조성한 것도 그러한 판단이 녹아 있다. 실제 공장 곳곳마다 ‘품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써 있는 구호를 걸어놔 품질 경쟁력에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경쟁사들이 10년 넘게 사업해오고 있지만 저희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드림 팩토리”라고 말했다.

이어 “FC-BGA의 업계 평균 수율은 90%이지만 고난도 제품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사람이 곧 수율 저하의 원인이기 때문에 자동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손이 많이 관여하는 공장보다 자동화된 드림 팩토리가 향후 경쟁사 대비 높은 수율을 달성할 수 있는 신무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후년 수익화 기대…유리기판 기술 개발도 병행”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전경. [LG이노텍 제공]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전경. [LG이노텍 제공]

반도체 칩을 ‘두뇌’에 비유한다면 반도체 기판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기 신호가 원활히 오갈 수 있도록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특히 FC-BGA는 AI 열풍을 타고 고성능 반도체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FC-BGA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지난 2022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 두 곳로부터 PC용 FC-BGA 수주를 받아 양산 중이다. 내년에는 고난도 제품인 서버용 FC-BGA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버용 FC-BGA는 PC용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높다. 기술 난도가 높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높다.

이광태 LG이노텍 FS사업담당 상무는 “현재 FC-BGA의 가장 핫한 응용처가 AI 서버”라며 “AI 서버 쪽에 빠르게 진입하려고 만든 것이 바로 드림 팩토리”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내후년부터 FC-BGA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조 단위 매출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강 부사장은 “2~3년 내 일본 선도업체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LG이노텍은 ‘반도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유리기판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업계에서 제대로 유리기판을 양산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저희도 당연히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전략 고객과 함께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란?> 볼 그리드 어레이(BGA)는 칩 표면에 공(볼) 모양의 금속 돌기를 격자무늬(그리드)로 배열(어레이)하는 방식을 뜻한다. 플립칩(FC)은 칩을 뒤집었다는 의미다. 즉, 공 모양의 금속 돌기를 배열한 칩을 거꾸로 뒤집어 아래에 있는 기판과 맞닿게 했다는 의미다. 칩을 뒤집어서 기판과 직접 밀착시켰기 때문에 칩과 기판 간의 거리가 줄어 그만큼 신호 전송속도가 빠르고 신호 손실이 적다. 제품 두께를 줄일 수 있어 다른 반도체 패키지 기판보다 층을 높게 쌓을 수 있다. PC를 비롯해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곳이 갈수록 늘어나 FC-BGA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