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수지가 강남 대치동의 과도한 교육열을 풍자해 인기를 끈 영상. [유튜브 ‘핫이슈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213.89ade1b9885d4a769e1953e82b11401f_P1.png)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취학 아동이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7세 고시’가 논란이 된 가운데, 이를 ‘아동 학대’로 규정해 달라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접수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 1000명으로 구성된 ‘아동 학대 7세 고시 국민 고발단’은 17일 서울 종로구 인권위 앞에서 ‘아동 학대 7세 고시 폐지’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7세 고시가 아동 학대 이상의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교육 당국이 강력히 제재하도록 조치하라”며 진정을 넣었다.
고발단은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시험이란 명목으로 만 6세 아이들이 영어 문장을 외우고 인터뷰를 준비한다”며 “7세 고시가 퍼뜨리는 불안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두려운 부모들은 앞다퉈 사교육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유아 교육 전반이 선행학습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극단적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사회, 이 흐름을 방관하거나 방조한 교육 당국 책임도 크다”며 “7세 고시를 넘어 4세 고시, 영아 반 인터뷰 같은 이름들이 더는 등장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당국의 사교육 실태 조사 및 근절 조치 시행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선 공약 마련 등도 촉구했다.
7세 고시는 서울 강남 대치동 등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서 생겨나 다른 지역으로까지 퍼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풀기에도 어려운 수준의 영어 독해 문제까지 출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두 명 중 한 명이 사교육을 하고 있었으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었다.
전문가들은 ‘7세 고시’가 아동의 정신건강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교양이를 부탁해’에서 “대치동에 정신과, 소아정신과가 가장 많다. 그 이유가 다 있다. 거기서는 애들이 스트레스받으니까 못 견디는 애들이 그 지역을 떠나거나 정신과 치료라도 받게 하면서 버티는 부모님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서적인 경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암기나 논리적 추론을 해야 하는 순간, 오히려 아이의 뇌는 스트레스 받고 그로 인해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나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며 “너무 과부화되면 아이들의 (타고난) 좋은 머리나 똑똑한 IQ가 사장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도 KBS ‘추적60분’에서 “특히 4세에서 7세 사이는 전두엽 특정 부위들과의 연결망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이 초기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우울감이나 불안에 빠지고, 반동 형성으로 공격성이나 반항성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사교육을 지목하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펴낸 ‘한국의 태어나지 않는 미래 : 저출산 추세의 이해’에서는 주택 비용 상승과 높은 사교육비 지출 등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외신 역시 ‘7세 고시’ 현상을 주목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6일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의 과한 사교육비 지출이 심각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도 “한국은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태권도 등 다양하고 값비싼 과외 활동에 참여한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과도한 교육 시스템이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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