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장벽보고서 통해 韓 절충교역 처음 거론
美 ‘자국산 우선 획득’ 절충교역 유사 제도 시행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절충교역을 거론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 2022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한미 상호군수조달협정(RDP)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료사진.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01/news-p.v1.20250401.1093cef3acf74025a53aad808caf51c4_P1.jpg)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절충교역을 거론하고 나섰다.
국방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비견되곤 하는 한미 상호군수조달협정(RDP) 협상과 글로벌 안보 불안정 속 급성장한 ‘K-방산’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해 외국인 원전 소유 금지와 외국인 지상파 방송 출자 금지 등과 함께 절충교역을 꼽았다.
USTR이 1985년부터 매년 정례적으로 발표해온 보고서에서 한국의 절충교역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충교역이란 외국으로부터 무기나 군수품, 용역 등을 구매할 때 관련 지식·기술을 이전받거나 자국산 물품을 수출하는 등 반대급부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은 1982년부터 절충교역 제도를 도입했으며, 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할 때 계약 금액 대비 수의계약은 30%, 경쟁계약은 50%를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F-16을 도입하면서 절충교역으로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하고 항공기 부품 등을 미국으로 수출한 바 있다.
현재 항공통제기 2차 사업과 이동형 장거리레이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F-35A·F-15K 성능개량, 공중급유기 2차 사업 등을 절충교역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산 무기 도입 관련 절충교역 규모는 57억7900만 달러(8조5000억 원)에 달한다.
절충교역은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조용진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국 내 우선공급 정책과 함께 기술이전과 산업협력 등 절충교역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며 미국이 지금까지는 절충교역에 대해 크게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조차 미국산 우선 획득 제도(BAA)를 통해 자국산 원자재가 65% 이상 사용돼야 가격 할증 적용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절충교역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BAA 요구 자국산 원자재 비율을 오는 2029년 75%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절충교역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우선 한미 RDP 협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2022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RDP 체결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데 따라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RDP는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으로 한국산 무기가 미국산으로 인정받는 효과가 기대된다.
결국 함정 조달과 유지·보수·정비(MRO)에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이 RDP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절충교역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조 대변인은 “미국에서 입장을 낸데 대해 분석과 미 국무부뿐 아니라 상무부, 국방부와도 협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며 “RDP 체결 과정에서 (무역장벽)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K-방산 견제와 우려 차원에서 절충교역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제기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한미 간 실무채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 등을 통해 비관세 조치와 관련한 한국의 노력을 설명하고 협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 등과 관련해 비관세조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보고서에서 제기된 사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이해 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하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