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TC 2025’ 첫날 주가 3.43% ‘뚝’
젠슨 황 차세대 블랙웰 발표에도 ‘미적지근’
증권가 “높아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연설”
SK하이닉스, 장 초반 뚜렷한 급등세는 없어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시장의 문턱은 높았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GTC 2025’에서 신제품 공개 등 비전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급락하며 투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시장을 좌우하는 ‘입’이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도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할 ‘새 이야기’가 없다는 반응이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2028년까지의 AI 칩 로드맵을 공개했다. 블랙웰 개량형인 ‘블랙웰 울트라’와 블랙웰 다음 버전인 ‘베라 루빈’ 공개도 이어갔다.
그러나 신제품 발표에도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3.43% 하락했다. 같은 날 1.7% 하락한 나스닥보다 2배 이상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GTC와는 정반대 분위기라는 평가다. 당시 젠슨 황 CEO는 최신형 AI 전용칩인 블랙웰을 공개하며 엔비디아 주가를 급등세로 이끌었다.
GTC 전부터 기대감과 신중론이 공존한 채 관망세를 유지하던 증권가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키노트 연설에 기대감이 컸지만 새로운 꿈을 그리는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실망감의 가장 큰 이유”라며 “AI에 대한 언급은 기존에 했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기대했던 양자나 디시털 트윈 등 차세대 산업 관련 언급은 일부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이번 행사의 관심은 차세대 칩과 ‘양자 컴퓨팅 세션’이었다. 황 연구원은 “양자 관련 언급은 이번 GTC 행사 중 퀀텀 데이가 있다는 정도의 언급에 그쳤다”며 “AI 인프라 관련주는 계속 눈높이를 가져갈 수 있겠으나 엔비디아 주가 모멘텀을 이번 GTC 키노트 연설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주목할 이벤트였던 GTC 2025에서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 블랙웰울트라 등 차세대 GPU 출시, 딥시크 여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긴 했으나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되지 못했다”며 “여타 반도체주의 약세까지 초래했음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들의 수급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달 주가가 총 7.48% 하락하며 반등 모멘텀이 필요한 때였다. 마켓워치는 최근의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대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AI 모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젠슨 황은 21일까지 열리는 GTC에 대한 여전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 관련 논의가 이번 콘퍼런스에서 다뤄질 것이라면서도 “많은 놀라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신형 칩셋이 나온 다음 해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용량을 늘려 간다는 전략을 제시하며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K하이닉스는 19일 ‘GTC 2025’에서 올해 하반기 양산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와 차세대 AI 서버용 메모리 표준 ‘소캠’(SOCAMM)을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는 주 초반 GTC 관련,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다 행사 전날인 18일 삼성전자는 횡보했으며 SK하이닉스는 1.46%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젠슨 황 연설 후인 19일 코스피 지수는 상승 출발한 가운데 오전 9시 1분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52% 상승한 5만7900원, SK하이닉스는 보합 수준인 20만3000원에 각각 거래 중이다.
특히 4거래일(12일-17일) 동안 상승세였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 용량 증가 계획에도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KRX반도체 지수도 뚜렷한 반등없이 보합권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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