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부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10년 이상 다른 명칭으로 유해하다고 공표해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1997년 개발업체 유공(현 SK케미칼)으로부터 PHMG가 유해하다는 조사보고서를 받았고, 같은 해 관보에 PHMG 대신 ‘YSB-WT’라는 이름으로 독성을 공표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어 “YSB-WT란 이름을 쓴 것은 개발업체인 유공이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보호해달라고 신청했기 때문”이라며 “YSB-WT의 유해성 및 조치사항도 같은 해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4일 “아무도 모르는 이름으로 한 독성고시를 ‘PHMG 유해성 공표’로 평가할 수 없다”며 “고용부가 엉뚱한 이름을 쓰지 않았다면 수백 명이 죽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유공 측이 신청했다는 정보보호는 원칙상 3년 기한인데도 19년 넘게 계속됐다”며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정부가 PHMG 개발업체로부터 1997년 유해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2011년까지 은폐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은폐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발표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PHMG는 흡입할 경우 폐가 딱딱하게 굳는 유해물질이다. 충분한 검증 없이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으로 쓰였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사망한 피해자는 200명이 넘는다. 잠재적 피해자도 227만명으로 추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