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판 ‘그것이 알고 싶다’…실제 사건 모티브
김혜수 열연 ‘오소룡 PD’ “현실에서도 필요해”
강기호·한도 PD 각각의 매력도 관전 포인트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트리거, 당기는 순간 깨어나는 겁니다.” (‘트리거’ 대사 중)
진실이 은폐된 곳은 어디든, 어떻게든 찾아가 세상에 꺼내놓고야 말겠다는 사명으로 모든 악(惡)과 맞선다. 일종의 ‘정의 실현’ 판타지다.
“‘트리거’를 다 찍고 나니 방송을 통해 정의가 이뤄진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판타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선동 감독)
‘트리거’는 드라마판 ‘그것이 알고 싶다’(SBS)를 연상케 한다.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솔선수범’의 아이콘인 오소룡(김혜수 분)을 수장으로 한 탐사보도 PD들의 열띤 취재 현장과 방송 전후의 과정을 보여준다. 꼬리에 꼬리를 문 사건들, ‘정의’의 아이콘이 된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을 해체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마다않는 방송사 수장과 정재계의 음모가 시원시원하게 배치된다. 그러면서 작품 곳곳에서 검찰, 언론, 정재계 권력의 민낯이 까발려지고, 거대악이 쌓아올린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가 쌓인다.
그간 언론, 기자들이 주인공이 된 드라마는 대대로 실패의 길을 걸었지만, ‘트리거’(디즈니플러스)는 달랐다. 공개 이후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디즈니플러스 한국 콘텐츠 종합 14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흥미롭게도 드라마 속 사건은 현실의 실제 사건을 연상케 했다. 친딸 성폭행, 고양이 연쇄 사망, 사이비 종교 단체의 악행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트리거’의 마지막 회차까지 끌고 가는 20년 전 유명배우의 실종사건은 고(故) 김성재(듀스) 사건과 맞닿아 있다. 심지어 이 사건을 통해 공개된 고인의 사망 원인과 이를 둘러싼 의혹은 드라마 속 다른 사건의 모티프가 됐다.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은 “연상되는 과거의 사건들이 있어 연출하는 데에 있어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배드 앤 크레이지’ 등을 통해 현실 범죄 이야기를 많이 다뤄왔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는 다른 마음으로 연출했다고 한다.
그는 “‘트리거’ 범죄현장 피해자들을 찍을 때 다른 때에 비해 내 안에서 느끼는 무거움, 가슴 아픈 감정이 유난히 컸다”며 “작품을 찍기 전, ‘사건들을 다루며 왜곡되지 않게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연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배우 김혜수가 연기하는 트리거의 간판이자 스타PD인 오소룡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트리거’ 안엔 다양한 인간군상이 자리했다. 비정규직 PD의 설움과 그로 인해 결국 신념을 저버리면서도 여전히 열정만은 충만한 조연출 강기호(주종혁 분), 드라마국에서 방출돼 낙하산으로 ‘트리거’에 입성한 중고신입 한도(정성일)은 오소룡의 ‘좌청룡 우백호’ 격이다.
‘더 글로리’의 ‘나이스한 개새끼’가 열 살이나 어려진 MZ PD가 되자, 시청자 사이에선 때 아닌 ‘나이 논란’까지 일었다. “실제 나이와 극중 나이의 간극이 크다”는 반응이었다. 정성일은 “대본을 봤을 때 5살 정도 어린 걸로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90년생으로 나와 깜짝 놀랐다”며 “나도 피해자”라고 웃으며 말했다.
주종혁의 강기호와 정성일의 한도는 전혀 다른 설정의 인물이다. 탐사보도에 뼈를 묻으려 하는 강기호를 만들기 위해 주종혁은 “평소에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즐겨봤지만,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 프로그램을 다시 뜯어봤다”고 했다. 반면 정성일은 “드라마국에서 시사교양국으로 가는 캐릭터 설정상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다 보니 배우들 역시 저마다의 고민이 깊었다. 정성일은 “(배우들이) 가장 조심히 접근한 부분이었다”며 “우리가 누군가의 트리거가 돼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배우들은 그 사건을 대하고 연기할 때 최대한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했다”고 말했다.
가장 공감한 에피소드는 한도에게 ‘변화의 트리거’가 된 고양이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인천 초등학생 살해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정성일은 “사건과 연관돼 아이가 죽기 때문에 정말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며 “노숙자 할아버지는 한도를 선입견 없이 바라봐 준 첫번째 인물이었던 만큼 가장 애착이 많이 간 에피소드였다”고 말했다.
사건 중심 에피소드로 ‘나쁜 놈’을 응징하고, 저마다의 사명으로 함께 진실을 찾으며 성장하는 ‘연대의 도파민’은 그 어떤 판타지보다도 짜릿하다. 정성일은 드라마에 대해 “‘트리거’는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팀”이라며 “가짜뉴스가 판치는 요즘, 주인공 오소룡처럼 정의감 투철한 PD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희망을 갖게 해 주는 드라마였다”고 돌아봤다.
‘열린 결말’로 모든 회차를 공개한 지금 배우들이 바라는 것은 ‘입소문’을 통한 몰아보기 열풍과 시즌2다. 정성일과 주종혁은 “매주 결과물들을 보며 촬영 당시가 많이 떠올랐다”며 “모든 회차가 공개됐으니 몰아보기로 작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이 너무나 즐거웠다. ‘트리거’ 배우들과 다시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고, 그 작품이 ‘트리거’ 시즌2라면 바랄게 없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