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블루탭’을 새롭게 론칭했다. 리바이스는 이 컬렉션에 일본의 장인정신과 현대적인 핏을 담았다. 과거 직조 기술을 되살려 수작업 방식을 더했고 자연 염색을 통해 어딘가 불완전하지만 각 개체의 독특한 개성을 살렸다. 리바이스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빨간 고리 형태의 탭이 아닌, 파란 염료로 물들인 탭으로 기존의 틀을 깼다. 1873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옷이 150여년이 지나 동양의 기술로 재탄생됐다. 이야기만 들어도 하나 가지고 싶단 생각이 든다.

현시대 패션 브랜드의 생명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관심 이동 속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수십 년 이상 사랑 받으며 그 명목을 이어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브랜드는 존재한다. 100년 이상 패션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 온 브랜드들이 있다. 리바이스의 사례를 통해 오늘은 100년 브랜드가 갖는 생존의 법칙을 찾아본다.

1873년 첫 블루진이 탄생한 19세기 중반 미국은 골드러시가 한창이었다. 독일 출신 사업가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견고한 천으로 만든 작업 바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모서리에 금속 리벳을 박아 내수성을 높인 바지가 최초의 ‘진’이다. 리바이스는 이 혁신적인 기술로 받은 공식적인 특허로 브랜드의 시작점부터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었다.

혁신으로부터 온 존재감은 1950년대를 거치며 ‘자유’의 기치로 이어졌다. 반항의 상징이자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이 리바이스 501을 입고 등장했다. 이후 리바이스의 청바지는 단순한 옷이 아닌 자유, 젊음, 저항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됐다. 이후 1960~1970년대 히피와 록, 1980~1990년대 펑크, 힙합 등의 또 다른 서브컬쳐에 수용되며 리바이스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스트리트 컬쳐의 슈프림, 베트멍 과 같은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도 결을 달리하지 않는다. 문화는 바뀌어도 혁신의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패스트 패션이 대세가 된 2000년대에 들어서도 리바이스는 정체성을 놓지 않았다. 빠르게 입고 소비되는 풍조 속 오히려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데님이란 소재 자체가 굉장히 단단하고 질겨 높은 내구성을 자랑하는 점을 역이용 한 것이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친환경 생산방식까지 도입해 생산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줄였다. 중고 시장 활성화를 장려하며 ‘오래 입을수록 가치가 더 높아지는 옷’이란 브랜드의 핵심철학은 더 부각됐다. 브랜드의 운영 방식에서도 리바이스는 혁신 정신을 지켰다.

리바이스의 성공은 시대에 맞춰 꾸준히 변화하면서 ‘혁신’이란 본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의 결합, 다양한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친환경의 시대정신,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활동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이콘’을 만들어냈다. 청바지는 유행같지만, 결코 유행을 좇지 않는다. 이야기만 듣고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바지가 계속 나오는 한 브랜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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