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수입하는 주요국 자동차에도 4월 2일경부터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14일(현지 시간) 밝혔다. 다음 달 12일부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까지 ‘관세 무기화’ 목록에 포함시킬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동차 구매 시 부가가치세(VAT)를 적용하는 나라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도 강조했다. 기술 격차로 대체재가 드문 한국산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는 대체재가 많아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면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는다. 제도와 세제, 정책이 맞물린 사안이라 개별기업으로서는 협상력에 한계가 있는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정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자동차 802만대 중 한국산은 154만대에 달했다. 296만대 수준인 멕시코에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에 자동차를 둘째로 많이 수출하는 나라에 오른 것이다. 1위인 멕시코가 자국 브랜드 없이 미국 자동차 빅3인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 일본 자동차의 생산 기지 역할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위인 셈이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FTA를 체결해 서로 자동차에 관세를 거의 물리지 않았다. 4월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10.4%로 반도체(20.8%) 다음으로 컸다. 자동차는 철강, 배터리 등 다른 산업에 주는 영향도 크다. KB증권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하면 현대차그룹 영입이익이 4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풍을 견디려면 업계 차체의 노력과 정부의 효율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일찌감치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을 글로벌 대외협력 사장으로 영입하고 ‘미국통’인 호세 무뇨스를 현대차 대표로 선임한 것은 현명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준공식에 초청해 협상 무대로 활용할 만하다. 무뇨스 대표는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미국에 205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했으며, 미국에서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 120만대 생산체재 확립으로 기여도가 더 높아질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미국 군함 건조 협력, 메모리 반도체 공장 신설 등을 제시하는 패키지딜(일괄타결) 전략이 긴요하다. 민관이 ‘팀 코리아’로 움직여야 협상력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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