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관세→보복관세’ 치고받는 美中

“中 10%대 정치적 관세”…트럼프 “괜찮다”

  펜타닐 입장차 여전, 협상 쉽지않아

  외신 “미중 무역전쟁은 新아편전쟁”

6년 만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재점화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라면서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에 대해 “괜찮다”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미국의 대(對)중국 10% 추가 관세가 지난 4일(현지시간) 발효되고 이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관세 등 복합 대응으로 맞불을 놨지만 중국의 관세가 발효되는 오는 10일까지는 아직 약 1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어 양국간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시진핑과 통화는 적절한 때”=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적절한 때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24시간 이내에 통화를 하겠다고 했으나, 두 정상 간 통화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따라 두 정상 간 통화는 당초 예상보다 조금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5일께 양국 정상이 통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의 보복 관세 조처에 대해서는 “괜찮다”(that‘s fine)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동부시간으로 4일 0시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발효했다. 약 4014억달러(약 58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이 대상이다. 이는 트럼프 1기 집권 시기인 2018년~2019년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수입품 규모가 약 3700억달러인 것과 비교했을때 상당한 규모다.

▶중국, 제한적인 보복…‘정치적 관세’=트럼프 대통령이 보복 관세에도 강경 발언을 하지 않은 데는 중국 조치가 제한적인 ‘정치적 관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이 전날 부과한 보복 관세 규모는 미국 경제에 치명적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부과하고 원유, 농기계, 대형 자동차와 픽업트럭 등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설치에 필요한 텅스텐에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장비, 의약품, 항공우주 장비와 같은 미국 핵심 제품은 대상에 빠졌다.

관세 대상이 된 수입품도 전체 미국산 수입품 비중에 10~15%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 리서치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관세 대상이 된 미국산 수입품은 약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라고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이보다 적은 약 14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수입품이 관세 대상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중국으로 가는 미국산 수입품은 1310억달러(약 190조원)로, 1 년간 중국이 수입하는 물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겸임교수는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에 30%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교적 제한적인 대응”이라며 “현재 관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첫걸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더 기름을 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쳐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경제적 관세가 아니라 정치적 관세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대부분의 수입 상품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조치도 한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날 중국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협의로 조사하고, 미국 패션기업 PVH 기업과 바이오기업인 일루미나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WSJ은 이에 대해 “구글의 중국 내 입지는 좁으며, 검색 엔진 등 주요 서비스는 2010년 이후 중국에서 거의 제공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신(新) 아편전쟁”…펜타닐 놓고 양국 입장차 여전=두 국가의 협상 여지는 남았다해도 입장 차를 좁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근거로 삼은 마약(펜타닐)에 대해서도 중국이 추가 조치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WSJ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은 화학 물질에 더 규제를 가하는 걸 꺼리고 있다”며 “중국은 자신들을 미국 정치인들이 마약 위기에 대한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무역전쟁을 ‘신(新) 아편전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편전쟁은 19세기 중반에 아편 문제를 두고 발생한 영국이 청나라의 전쟁이다.

해당 매체는 “트럼프가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은 또 다른 전쟁, 즉 마약에 대한 격렬한 비난으로 얽혀 있다”며 “특히 트럼프의 가장 선동적인 주장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는 중국이 펜타닐의 주요 원료인 ‘전구체(precursors)’ 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이 펜타닐로 제조해 미국으로 밀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최선의 노력을 하더라도 문제는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펜타닐 성분의 판매를 제한하면 제조업체는 다른 적법한 화학물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매체는 또 “중국에서 단속을 강화하면 인도 등으로 (마약 산업이) 옮겨갈 것”이라며 “지정학적 시각으로 보면 독(毒)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빛나·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