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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대구학교지원센터 관계자들이 2025학년도 신학기 교과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23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대구학교지원센터 관계자들이 2025학년도 신학기 교과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신학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두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AIDT의 ‘교과서’ 지위는 가까스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사용과 구독 가격을 두고 정부와 개발업체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현재 AIDT 개발업체와 가격 물밑 협상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AIDT 본격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AIDT 관련 가격협상은 3번 진행됐으며, 이번 주 내로 4번째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논란의 ‘AIDT’ 교과서 지위 유지 가능성 높아

지난해부터 논란이 이어져 오던 AIDT의 교과서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AIDT가 학생들의 문해력을 떨어트리고,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를 반대해 왔다. 지난해 말 학교가 자체적으로 AIDT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지난달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여전히 법적인 문제점을 들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지만, AIDT는 교과서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재표결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의 과박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현재 범야권의 의석수는 192석이기에 여당의 이탈표가 없다면 법안은 폐기되기 때문이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교육부는 AIDT의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되, 올해 한정으로 각 학교에 ‘자율 도입’을 선언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AIDT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올해의 경우 국회에서 재의요구에 대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올해는 일선 학교에 AIDT 사용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1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선생님 등이 스마트 수업 프로그램 등을 설명듣고 있다. [연합]
1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선생님 등이 스마트 수업 프로그램 등을 설명듣고 있다. [연합]

정부 vs 개발업체…구독 가격 둘러싼 논쟁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찾았음에도, 여전히 AIDT 구독 가격을 둔 논란이 남아있다. 정부와 AIDT 개발업체 사이의 비용 문제 입장차 때문이다. 정부는 AIDT 구독료로 월 3만원, 많아야 5만원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업체가 예상하는 가격은 10만원이어서 양쪽의 괴리가 크다.

가격을 둘러싼 생각의 괴리가 벌어진 이유는 교과서 ‘자율 채택’을 원인으로 꼽는다. 올해 현장에 100% AIDT가 에 도입되지 않으면서 개발업체의 투자비와 기존 산정 가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국 전면도입을 예상하고 개발에 착수한 개발업체는 울상이다. 교과서를 전제로 개발비를 수백억 이상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AIDT 개발업체 관계자는 “전국에 채택되는 AIDT 학교 수의 윤곽이 나와야 비용 추산이 가능하기에 사실상 지금의 가격 협상은 무의미하다”라며 “적정한 구독료 상승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개발업체 관계자 역시 “정부가 올해 교과서 도입을 자율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업계에선 올해 도입률이 20%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정부 말처럼 2학기에 채택률이 올라가더라도 1학기 첫 도입에서의 구독료 상승은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다만 일부 개발업체에서는 ‘가격 협상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3월이 되고 수요가 결정되면 그에 따라 맞는 가격에 정부가 예산을 맞춰 들고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DT 발행사 임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AIDT 발행사 임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자율 도입 결정되며 구독료 상승 불가피…‘추경’ 요구도

정부와 개발업체 간 협상 과정에서 구독료가 기존 예상치보다 상승할 경우, 교육청이 부담을 짊어지게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 각 교육청은 구독료 3만7500원을 기준으로 AIDT 구독료 예산을 마련했지만, 개발업체의 요구대로 구독료가 10만원 선으로 정해질 경우 추가 예산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은 “기존 서책형 교과서의 가격은 권당 1만원 정도인데, AIDT의 경우 10만원이라고 한다”라며 “기존에 정해둔 예산 제외 추가 투입 비용을 지방교육재정으로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AIDT 도입은 각 시도교육청 교육감의 성향과 개별 학교의 여건에 따라 도입 시기와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AIDT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정부와 협상 중인 상황”이라며 “AIDT 채택률이 1학기에는 30∼50% 정도로 시작해 2학기에는 70∼8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예산 확보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