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손수용 기자ㆍ이영돈 인턴]‘하프 물범은 생태계 교란종이다.’
지난 3일 HOOC은 캐나다 하프 물범 사냥을 다룬 카드뉴스를 제작했습니다. 하프 물범의 가죽과 부속물들을 위해 인간이 그들을 잔혹하게 사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다양한 의견을 줬습니다.
여러 의견 가운데 카드뉴스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프 물범이 많은 개체수로 인해서 북대서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으니 사냥을 막을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적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과연 하프 물범이 생태계 교란종인지 그렇기 때문에 사냥을 막을 이유가 없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밝히면 하프 물범은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들은 멸종 위기종은 아닙니다. 오히려 800만 마리(2008년 예측)로 추정될 만큼 개체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개체수가 많다고 해서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일까요?
세계 최대 규모 환경단체인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 발표하는 ‘적색 목록(Red list)’ 보고서에 따르면 하프물범은 ‘관심 대상(Least Concern)’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런 등급 조정이 생태계 교란종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인데요. 그러나 ‘관심 대상’은 생태계 교란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적색 목록’은 IUCN이 2년에서 5년 마다 발표하는 생물 멸종 등급 보고서입니다. 즉, 생물들을 멸종 가능성으로만 나눈 등급입니다. 등급은 크게 ‘절멸’에서 ‘미적용’까지 9개 단계로 나뉩니다.
하프 물범은 ‘관심 대상(Least Concern)’입니다. 이 등급은 당장 멸종이 될 수준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생물종을 의미합니다. ‘관심 대상’은 평가가 가능한 생물 중 멸종 위기가 아닌 모든 개체들이 포함돼 있죠.
사실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구분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은 주로 인위적 혹은 자연적으로 특정 지역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그 우려가 있는 생물종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한국 법정 생태계 교란종의 경우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꽃매미 등 18 종인데 대부분 외래종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론 생태계 교란종을 분류하는 기준이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다른 지적 중 하나는 하프 물범이 꼭 ‘생태계 교란종’에 속하지 않더라도 캐나다와 북대서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것은 사실일지 캐나다 해양수산부(Fisheries and Oceans Canada)와 환경부(Environment and Climate Change Canada)에 해당되는 자료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프 물범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북대서양에서 하프 물범 주식인 대구 어족 복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하프 물범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논문을 캐나다 해수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도 대구 어족 부족의 근본 원인이 하프 물범이 아니라 정부의 어장 관리의 실패와 무분별한 대구 남획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이 하프 물범 개체 수를 줄이려면 6세 이상 하프 물범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죠. 하프 물범은 대게 여섯 살이 넘어야 번식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른다면 현재 새끼 하프 물범을 겨냥한 사냥 방식에 의문이 듭니다. 캐나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는 전체 물범 포획량 중 95%가, 2010년에는 99%가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하프 물범이었기 때문이죠.
하프 물범 개체 수 변화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하프 물범의 최대 천적인 북극곰과 상어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또 많은 환경 단체들은 지구온난화는 하프 물범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죠.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 면적이 줄어들게 되면, 하프 물범들이 터전을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나온 지적처럼 하프물범이 많은 개체수로 인해 생태계의 교란을 야기하거나 파괴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HOOC이 지적하고 싶었던 지점은 하프 물범에 대한 ‘잔혹한 사냥법’입니다. 이미 전 세계 30여 개국이 ‘잔혹한 사냥법’을 들어 하프 물범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불가피한 이유로 인공적인 개체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