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증권사는 여전히 ‘꿈쩍’ 안해…“아직도 갈 길 멀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기준금리 1.25% 시대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로 5~11%를 적용하며 ‘대부업’ 논란을 빚었던 증권업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일부 증권사가 해당 이자율을 내린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는 상황에서 신용거래융자 고객이 많은 증권사가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인하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데다 대다수의 증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낮춘 이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정한 증권사는 총 4곳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간에 따라 평균 7.2%(융자기간 1~15일)에서 9.9%(91~120일)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춘 7.5%의 이자율(1~15일)을 오는 8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전격 인하 이후 해당 이자율에 손을 댄 것은 5대 증권사 중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코리아에셋투자증권(9.0%→7.4%), 유안타증권(7.5%→7.25%), 키움증권(12.0%→11.75%)도 기준금리 인하 폭에 맞추거나 그 이상의 이자율 인하를 단행했다.
이 중 유안타증권을 제외한 3곳은 지난 2011년12월부터 해당 이자율을 그대로 유지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곳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2011년6월(3.25%)부터 올해까지 기준금리를 7차례에 거쳐 0.25%포인트씩 내렸지만, 이들 증권사는 높은 금리를 계속 유지해 눈총을 산 바 있다.
이번 이자율 인하에 나선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신용거래융자 고객이 많은 증권사여서 투자자들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으로만 160억원을 벌어들이며 관련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이용 고객이 많다는 말이다. 유안타증권(67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이자수익 증가율(35.8%)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꼽혔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증권사의 ‘대부업’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1.25%인 것에 비하면 인하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에서다. 특히 키움증권은 당초 12.0%의 고금리로 논란을 빚었지만, 인하된 이자율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동시에 증권사 대부분은 이자율 인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용거래융자로 상당한 이자수익을 챙긴 미래에셋대우(143억원), 한국투자증권(121억원), 삼성증권(119억원), 현대증권(113억원), NH투자증권(109억원) 등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공시된 34개사 중 11개사가 아직도 2011년에 세운 기준으로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만히 있어도 신용거래융자 고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증권사가 이자율을 내리며 손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올해 1분기 기준 57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4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172억 원) 늘었다. 투자자 또한 단기투자 목적이 많아 이자율 변화에 둔감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간 것을 고려할 때 일부 증권사가 ‘찔끔’ 이자율을 내린 것에 박수를 쳐주기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증권사 다수가 제대로 된 시장금리의 변동분을 반영할 때 그 변화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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