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분당판교]이름을 상표로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보자. 1996년 7월 ‘황영조 면옥’이라는 서비스표가 출원됐다. 이 상표를 사용할 ‘지정서비스업’은 중국음식점 경영업, 한식점 경영업 등 5가지였다. 그런데 서비스표를 출원한 사람의 이름이 ‘황영조’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서비스표를 등록하려 한 것이다. 물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마라톤 선수 황영조는 아니었다.그런데 특허심판원은 이 서비스표의 등록을 거절했다. “저명한 타인의 성명, 명칭 또는 상호, 초상, 서명, 인장, 아호, 예명, 필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서비스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고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얻은 경우에는 등록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상표법 제7조 제1항 제6호). 더불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영조 선수와 관련이 없는 지정서비스업에 이 서비스표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로 보았다. 일반수요자들은 이 서비스표가 올림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인,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의 규정에 해당한다. 이 서비스표를 출원한 (황영조 선수가 아닌) 황영조씨 입장에는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표가 출원된 시점에 ‘황영조’는 이미 ‘주지저명한 명칭’으로서 상표법의 강력한 보호범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적용법리에 차이는 있지만, 함께 검토할 만한 다른 사례가 있다. 1996년 3월 '원조 현풍박소선할매집곰탕'이라는 표장은 '현풍할매집'이라는 등록서비스표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박소선씨는 1945년경부터 경북 달성군 현풍면에서 “일미식당”이라는 이름으로 곰탕전문 한식집을 경영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서울 등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박소선씨는 간판을 '현풍할매집곰탕'으로 바꾸고 1983년에는 영업대장에도 이름을 '현풍할매집식당'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서비스표 등록은 한발 늦었다. 길 건너편에서 '한우정'이라는 곰탕집을 경영하던 사람이 부산으로 이사해 '현풍곰탕집'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 영업허가를 얻었다. 그리고 1985년 '현풍할매집'과 '현풍곰탕집'을 서비스표로 등록했다. 대법원은 박소선씨 측이 타인의 유명세에 편승한 게 아니라고 보았다. 서비스표 등록은 안했지만 '현풍할매집'이라는 명칭을 먼저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상표법 제51조 “자기의 성명, 명칭, 또는 그의 저명한 약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이때는 다른 상표권자의 권리가 미치지 않게 된다.2012년에는 '유화정철학원'이 “유화정”이라는 등록서비스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유화정씨가 자기 이름을 보통의 방법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비스표 등록된 '유화정'이 일반 수요자들이나 관련업계에 널리 인식돼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유화정씨가 '유화정'이라는 등록서비스표의 신용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유화정철학원'이라는 상호를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이름을 상호로 사용할 때는 동명이인 중 유명인은 없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동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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