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배문숙 기자]정부는 2028년까지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 부지 선정, 2053년 시설 가동을 목표로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 핵연료) 관리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이 처음 추진된 1983년 이후 33년 만에 내놓은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다. 하지만 법안의 국회 통과와 부지 선정지역의 주민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그야말로 산적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9~30일 세계 2위의 원전 보유국이자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프랑스를 방문해 방폐물관리 전담인 제라드 우주니앙 프랑스 방사성폐기물 관리청(ANDRA) 국제협력이사를 만나 해법을 논의했다.
제라드 이사가 내놓은 답은 ▷객관적인 제도 마련 ▷단계별 프로젝트 추진 ▷주민과의 소통 이었다. 다음은 김 이사장와 제라드 이사간의 대담 주요 내용.
-(김 이사장)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선정을 위한 민주적인 방법을 알고 싶다.. ▶(제라드 이사)프랑스에는 독립적인 국민소통기관인 국립공공토론위원회가 있다.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적극적인 여론 수렴이필요한 인프라 건설계획을 추진할 때 토론을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법은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나 고속철도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공공 공사 진행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김)프랑스는 부지선정과정에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였나. ▶(제라드)1991년 심지층처분시설 지역 선정 과정에 들어갔다. 사업초기 프랑스원자력청(CEA)이 기술적 기준만으로 부지 선정을 진행했다. 이후 국무총리가 이 사업에 대한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해야 할 정도로 심한 갈등이 노출됐다.
결국 국무총리는 크리스티앙 바따이유 하원의원을 이 갈등의 원인을 조사하는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 결과, ‘방사능 폐기물 관리에 대한 연구에 관련된 1991년 12월 30일 법률’, 일명 ‘바따이유 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2006년까지 향후 15년 간 방폐물을 처리한 세 가지 처분방법을 연구할 것을 명령했다. 한 가지 해결책에만 집중하지 않기 위해 심지층처분, 중간처분, 핵종변환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연구해 어느 쪽이 가장 적절한지 조사했다.
-(김)이 과정을 통해서 배운 것이 무엇인가. ▶(제라드)일단 프로젝트 관련자 300명이 90명밖에 없는 작은 동네인 뷰르에 가서 설득했다. 우리가 그들의 지역에서 하는 일이 단순히 땅 파서 쓰레기를 묻으려는 게 아니라,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처분을 위해 진지하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위해서였다. 다음으로 작은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어떤 인프라를 설치할 때 투자금액의 20%가 해당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비용부담에 대한 문제이다. 프랑스에서는 방폐물 생산자가 처분 비용을 낸다. 2006년법은 생산자가 바로 안드라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국가에 돈을 내면 국가가 안드라에게 돈을 주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사업은 단순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사업이라는 인식을 주었다.
-(김)국민대토론은 어떻게 운영하였나.
▶(제라드)다양한 배경과 목적을 가진 300명으로 구성됐다. 1~2회 대토론 회의 경우, 12분만에 폐회를 선언할 정도로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이후 소통 방법을 바꿨다. 더 작은 규모의 회의를 열고 토론회방식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마지막으로 7만6000명이 참여하는 시민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런 절차를 통해 나온 권고안이 공개되었고 3개월 후 안드라의 행정이사회는 이 권고안에 대한 답변을 발표했다.
-(김)국민대토론 권고안을 어느 정도나 수용했는가. ▶(제라드)안드라는 국민대토론의 권고안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 국민대토론의 결론 등 토론회 운영방법, 안드라의 수용내용 등은 국민대토론 홈페이지에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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