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포켓몬 고 때문에 속초로 가는 사람이 많다는데…속초 관련주 뭐 없나요?”, “속초로 내려가는 버스회사는 상장사인가요?”
최근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선 관련 테마주에 대한 논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게임 관련 주에 대한 관심은 서막에 불과하다. 포켓몬 고를 매개로 해 카메라 렌즈, VR 소프트웨어, 위치확인시스템(GPS)부터 폭넓게는 속초까지 테마주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테마주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에 나섰다간 테마주의 전형적인 패턴인 ‘급등ㆍ급락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헤럴드경제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포켓몬 고 테마주’로 언급되는 종목을 분석한 결과 30여개 종목이 수혜 대상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RㆍVR 관련 업체는 물론 카메라 렌즈, VR 소프트웨어 등을 다루는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게임주 전체로 범위를 넓힐 경우 관련 테마주는 60~7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포켓몬 고는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배경으로 AR과 GPS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게임이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화면 상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는데, 이 캐릭터를 포획하고 육성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닌텐도가 이달 6일 게임을 출시한 뒤 한국에 본격 상륙한 13일부터 ‘관련 있을 것 같은’ 종목들의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탄력을 받은 건 ARㆍVR 관련 게임주다. 새로운 게임 장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을 적용한 게임을 개발 중인 국내 게임주가 주목받았다. 특히 한빛소프트는 비상장 VR 개발업체 스코넥과 업무 제휴를 통해 게임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최근 3거래일간 101.38% 폭등했다. 이 기간 중소형 게임사인 엠게임(23.50%), 드래곤플라이(36.10%)도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AR과 VR에 대한 명확한 구분없이 ‘비슷한 류’로 묶여 상승세를 타는 종목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R은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 환경 전체를 컴퓨터로 만들어 실제 상황처럼 느끼도록 하는 VR과는 다른 개념이다.
아울러 해당 업체가 최근 주가 상승세에 걸맞은 가치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VR게임 업체들은 대부분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해외 업체들에 비해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이제 막 큰 열풍이 부는 만큼 관련 업체들에 필요한 건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ARㆍVR기술과 관련이 없음에도 광풍에 휩쓸려 급등하다가 ‘해명 사태’를 맞기도 했다.
한국큐빅은 홀로그램 관련 특허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묶이며 ‘반짝’ 상승하자 회사가 VR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이씨현시스템도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일부 제품이 VR과 연계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주로 꼽혔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정보기술(IT)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로 VR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이 외에도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과거 닌텐도에 부품을 공급한 사실, 확정되지 않은 정부의 지원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며 일부 종목을 테마주로 꼽는 경우도 속출했다. 각종 카메라 렌즈, GPS 기술 업체 등도 포켓폰 고로 인해 실질적으로 어떤 수혜를 입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포켓몬 고 테마주의 난립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부분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편입된 정황이 포착된 만큼 일반적으로 급등ㆍ급락세를 보이는 타 테마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VR 테마주의 경우 올 초 급락한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VR 관련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을 때 관련주는 급격한 상승세를 탔지만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당시 이스타코, 한국큐빅, 이루온 등은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VR주의 주가 상승은 포켓몬 고 테마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설사 포켓몬 고와 유사한 기술을 보유 중이라고 해도 현재 주가 상승을 이끄는 포켓몬 고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는 건 낭패를 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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